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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종 Mar 27. 2022

명상 중에 내 마음에 스쳐가는 풍경들

명상을 할 때 내 마음에 어떤 풍경들이 스쳐 지나가는 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소리를 듣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명상에 관심 갖는 사람들은 명상 중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막연히 생각합니다. 무념무상.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그렇게 추측하죠. 그래서 명상을 할 때 어떻게든 '고요해서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뜻과 같이 그렇게 고요하기만 한 상태는 경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생각을 없앨 것인가' '다른 사람들은 생각이 없는가' '나만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건가' 하는 생각들로 궁금해하고 잘 안 되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이상 명상 중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경지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옥한 토양에 곡식이든 잡초가 무성한 것과 같이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에도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났다 사라지죠. 명상을 잘하는 사람은 다만 그 생각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립니다. 명상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그 생각과 감정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휩쓸리죠. 


예를 들면 맑은 호수 위에 기러기가 날아가면서 흔적 남기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명상을 잘하는 사람은 기러기가 오면 기러기를 비추고 기러기가 가면 창공을 비출 뿐 기러기 왔다고 문제 삼거나 기러기가 떠났다고 문제 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날아가는 기러기를 비추는 호수처럼 흔들림이 없는 거죠.


하지만 명상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기러기가 오면 기러기가 온다고 성가셔합니다. 온다고 성가셔하면서도 날아온 기러기와 말을 섞죠. 말을 섞어서 한참을 기러기와 놉니다. 그러면서 기러기 날아오지 않는 호수를 추구하죠. 기러기는 올 때 되면 오고 갈 때 되면 가는 겁니다. 다만 호수가 기러기를 비추기만 하느냐 노느냐의 차이죠. 


명상을 할 때 내 마음에 일어나는 풍경을 명확히 알아차리기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판단을 하거나 개입하지 않는 거죠. 내가 들어서 마음에 일어나는 풍경을 향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일체의 내 생각, 내 기준, 내 바람 등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그러니 명상을 할 때에는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문제 삼지 말고,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이 어떤 형태로 일어났다 사라지는지를 잘 알아차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 풍경이 미세하게 다 인지되고 그 변화까지 다 알아차릴 때 거기서 '있는 그대로의 존재와 현상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생각이 난다 안 난다는 차원이 아니라 판단이나 개입 없이 다만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이 어떻게 나타났다 사라지는지 그 풍경을 얼마나 제대로 알아차리는지 관심 가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심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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