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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종 Mar 27. 2022

닻을 내리듯 마음과 기운을 단전에 모아

명상의 가장 기초는 흔들리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늘 밖을 향해 애타게 구하고,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 등에 가리고, 욕심 이기심 집착 등의 마음으로 끌리고 흔들려서 세상사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흔들리는 마음을 안정시켜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명상인 거죠. 


사진을 찍으려는데 카메라가 흔들리면 피사체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 또한 흔들리고 요란해서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수 없죠. 그래서 일단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시키는 일이 명상의 첫 단계가 됩니다. 


빼앗기고 흔들리고 끌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 마음이 의지할 수 있는 일거리를 하나 줍니다. 일거리를 하나 줘서 그것이라도 잡고 의지해서 안정되고 고요해지도록 방편을 쓰는 것이죠. 들고 나는 호흡에 집중을 하거나, 호흡을 세거나, 관세음보살을 비롯한 여러 부처님을 모시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미지를 상상하며 그 지혜와 덕성을 닮아가도록 관상을 하거나 해나 달 등을 떠올리며 일심을 모으는 거죠. 


모든 방법들이 효과적입니다. 그중에서도 마음과 기운을 단전에 모으는 방법은 신체적으로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마음과 기운을 배꼽 아래로 세치, 그러니까 배꼽에서 주먹 하나 정도 아랫부분인 단전에 마음과 기운을 둡니다. 마음과 기운이 거기에 머무르게 두는 거죠. 그 상태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갈 때 어떤 느낌인지 고요하고 미세하게 찾아들어갑니다. 고요하고 고요하게, 미세하고 미세하게 그 느낌을 찾아들어가다 보면 일심 집중이 됩니다. 호흡을 인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단정을 중심으로 알아차리고 느끼는 거죠. 고요하고 미세하게. 


마치 출렁이는 배가 닻을 내려 정박하듯이, 우리의 마음과 기운을 닻을 내리듯이 단전에 둡니다. 그렇게 단전에 마음과 기운을 모으면 수승화강(수기가 위로 오르고 화기가 내림)이 되면서 잡념과 망념이 쉽게 가라앉으면서 마음을 고요히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자세가 바르고 마음이 고요하고 미세해지면 혀 줄기와 이 사이로부터 침이 나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죠. 부드럽고 달콤한 침이 어떻게 나오는지 느끼면서 단전의 느낌도 미세하고 고요하게 느껴봅니다. 


바른 자세, 적절한 이완, 턱의 위치, 마음과 기운이 단전에 머무름, 자연스럽고 고른 호흡. 이 모든 조건들이 잘 맞고 마음이 고요하고 미세하면 입 속에 침이 많이 고입니다. 그렇게 입 속의 침이나 단정에 느껴지는 기운이나 느낌 등에 집중이 되면 어느 순간 아무런 생각이 없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생각이 없고 다만 느낌만 있는 거죠. 수승화강이 잘 되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잡념이 가라앉고 정신이 맑아짐을 느끼게 됩니다. 억지로 되는 일은 아니고 마음을 쉬고 쉬면서 자연스럽게 단전 주와 입 속의  침을 느끼면서 정신 또한 맑아지게 됩니다. 


모든 인위적인 노력을 쉬면서도 닻을 내리듯 마음과 기운을 단정에 머무르면 자연스럽게  이 모든 변화가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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