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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종 Mar 27. 2022

잘 되는 명상 상태

_ 환하게 다 알고 있지만 특정한 것에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명상을 잘할 때는 어떤 상태일까요? 


잘한다기보다는 잘 된다고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네요. 잘 되는 명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 한 가지는 '환하게 다 알지만, 특정한 어떤 것에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밴쿠버 수영장 핫텁에서의 일입니다. '잘되는 명상이 이런 거구나' 하는 유사한 경험을 했죠. 


따뜻한 물에 앉아서 특별한 생각 없이 시선을 맑은 물에 던지고 가만히 앉아있을 때의 일입니다. 평소와 별 차이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수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360도 감지가 되는 겁니다. 눈앞의 180도 내의 모든 움직임들이 미세하게 인지가 되고,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감지할 수 있는 겁니다. 소리로 들리건 거죠. 눈으로 귀로 수영장 내 거의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아주 미세하게 감지가 되는데 마음이 어떤 특정한 것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은 겁니다. 환히 다 아는데 어떠한 특별한 것에도 마음이 끌리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것들이 너무나 평범하고, 무차별적이고, 좋거나 싫은 느낌이 아닌 아주 중성적 느낌으로 와닿았습니다. 


아~ 명상을 할 때 이런 상태로 알아차리고 있으면 되겠구나. '나, 나를, 나에게, 나만' 등등의 내가 쉬어진 자리, 그래서 전체가 하나 되어 생생 약동하는 전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명상을 잘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명상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작은 나를 내려놓고 큰 나에 합일하는 순간이니까요. 이렇게 감을 잡으니 명상 시간이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생각이 일어난다,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등의 관념에서 훨씬 자유로워졌기 때문이죠. 앉아서 하는 명상은 감을 잡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왓장 갈아서 부처가 되겠다는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을 테니까요. 


명상에서 앉아있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앉느냐 하는 문제는 정말 중요합니다. 하고 또 하다 보면 스스로 감이 잡히는 날이 옵니다.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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