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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음 Nov 17. 2024

3화, 수습지원서

“그러니까 오늘이…… 2월 22일이잖아요? 장난 좀 쳐본 거예요.”

에런은 통하지 않을 변명을 하며, 그의 손에 들려있던 두장의 종이를 급하게 낚아챘다.

당연하게도 에런은 며칠 전 이 안내장을 받은 기억이 있다. 물론, 대충 읽고 바닥에 버려뒀는데…….

에런은 눈동자를 굴려 짧게 방안을 살폈다.

너저분하게 펼쳐진 반려된 수습지원서들 사이에 함께 파묻혀있을 안내장을 찾기 위해 애를 쓸 필요는 없다는 게 이 순간 참 다행처럼 느껴졌다. 에런이 손에 들린 졸업식 안내장과 또 다른 종이로 시선을 던졌다.



“실습과정신청이랑 설명회를 모두 몰아서 한다고? 졸업식 일정이 이렇게 팍팍해도 되는 거예요?”

에런이 마음에 안 든다며 투덜댔다.

하지만 브루노는 썩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교육자라며 콧대만 잔뜩 세우고 다니던 멍청한 마법사들이 오랜만에 녹이 잔뜩  머리를 굴렸어.” 브루노가 어깨를 들썩였다. “매년, 99명의 학생들이  작은 수습과에  지어 서있는  보면 토가 쏠렸지. 축복을 받은  얼마   놈들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지팡이들을 휘둘러대는 꼴은  어찌나 가관인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지

브루노가 진절머리 난다는 듯 혀를 찼다.

“하지만 이제 데이먼교장이 나에게 학생들을 통솔해 달라고 귀찮게 굴일은 없을 거야.”

브루노가 매우 흡족한 듯 웃어 보였다. 하지만 에런을 웃을 수 없었다.

“……치고 빠지기 계획은 망했어.”

에런이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책상에 가득 쌓여있는 봉투를 바라봤다.

마지막 학기가 끝나자마자 수습과정준비를 위해 미리 보내두었던 지원서에 대한 회신들이었다.

하지만 총 300장 중 반절 이상의 종이가 이미 반려 도장이 찍힌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아직 열어보지 않은 편지봉투는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에런은 침을 꼴깍 삼키며 책상을 향해 다가갔다.

졸업식과 수습과정신청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깡통마법사라 손가락질받는 에런에겐 분명 달갑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기에 방어수단 하나쯤은 필히 만들어가야 했다.

“그 녀석에게 내 치부를 드러낼 수는 없지…….”

에런은 눈을 굴리더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편지 봉투 하나를 뜯었다.

브루노가 혀를 끌끌 차며 다가왔다.

“헛수고를 많이도 했네. 널 받아 주려는 수습기관이 있을진 모르겠다만 있다 하더라도 네 녀석이 7개 영역의 과정을 모두 통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그러니 괜히 시간낭비 하지 말고, 지금처럼 맘 편히 속 빈 깡통으로 살아.”

에런이 움직임을 멈췄다.

“브루노 미쳤어요? 7개를 어떻게 통과해요?”

브루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중 4개만 통과해도 마칠 수 있거든요?”

브루노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불가능하지. 넌 단 한 개의 영역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할 테니까…….”

그러면서 책상에 가득 쌓여있는 봉투를 몇 개 집어 들어 부욱 찢었다.

 “뭐 하는 거예요!” 에런이 놀라 소리쳤다. 그러자 그 소리에 브루노가 더 놀란 듯 어깨를 움찔했다.

 “녀석이! 누구 귀를 멀게 하려고! 그렇게 한 장씩 뜯어서 어느 세월에 다 열어보겠다는 거냐! 내가 뜯어줄 테니까 넌 보기나 해!”

그가 얼굴을 찌푸린 채 한쪽 면이 시원하게 뻥 뚫린 봉투를 에런의 앞에 무심히 던졌다.

그제야 에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종이를 꺼내 펼쳤다. 물론 곧바로 바닥행이었지만 그의 손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브루노, 그런데 테아의 추종자라는 소문이 정말 사실이에요?”

에런의 말에 브루노의 손이 멈칫하더니 이내 별거 아니라는 듯 봉투를 윗면을 부욱 찢었다.

“그렇게 물어 쉽게 답해줄 것 같으면 그놈들이 아니지.”

“그럼 진짜란 소리?” 에런이 눈을 크게 뜨자, 브루노가 한숨을 내쉬었다.

“웃기는 소리”

“역시, 그렇죠?”

만약 내가 진짜 테아의 추종자였으면  지금  순간 아주 위험해졌을 거야. 그놈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놈들이 아니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의심이 가는 마법사가 더라도 그런 질문은 삼가도록해. 차라리 그럴싸한 증거를 만들어 코브라국에 보내는   쓸데없는 호기심의 결과로  나을 거다. 물론 허위신고로 지하감옥에 갇히긴 하겠지만 목숨은 부지할  있을 테니까.”

에런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자들인지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 브루노를 믿나 봐요. 설령 브루노가 진짜 테아의 추종자라 해도 상관없었거든요.”

브루노의 손이 잠시 허공에 멈췄다. 하지만 이내 다시 편지 윗 기둥을 잡아 부욱 뜯었다.

“너도 알겠지만 그놈들은 그릇된 목적을 가지고 금지된 마법을 연구하고 다뤄.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학생을 괴롭히는데 쓸 정도로 함부로 힘을 사용하진 않아. 그들은 철저히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는 자들이니까. 두꺼운 가면을 쓴 채 친구, 동료, 더 나아가 가족으로 위장해 마법사들 사이에 섞여 있지. 아마 멍청한 마법사들은 절대 그들을 잡아낼 수 없을 거다. 매일 서로 잘 났다며 싸우고 떠들기 바쁘니까."

에런이 킥킥대며 소리 내 웃었다. 브루노가 코웃음을 쳤다.

"아마 그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여야 방도를 마련하겠다고 설쳐대겠지. 하지만 그때가 되면 그 똑똑한 놈들은 이미 계획한 목표를 전부 이룬 상태일 테고 에르테아 파괴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다. 마법사들은 그들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어.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손을 쓸 거라는 안일한 태도로 방관하고 있지. 그렇기에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마법사들은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어. 때가 오면 손도 못쓰고 그놈들에게 다 뒤져버리겠지.”

에런이 약간 놀란 얼굴로 브루노를 바라봤다.

“테아의 추종자들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는 걸 보니 역시……!”

브루노가 코웃음 치자, 에런이 피식 웃었다.

추종자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게  오래전 일인데 아직까지 꼬리도 밟지 못하다니, 솔직히 마법사들과 그들을 구별하는  그렇게 어려울 은 아니잖아요? 다른 힘을 끌어온다면서요. 귀찮겠지만 배지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본다거나 축복 탐지기 같은 걸로 마법사들을 일일이 검사하면 해결될 문제라고요!"

브루노가 미간을 찌푸렸다.

“멍청한, 그런 게 통했으면 진작 그놈들을 잡아다 지하감옥에 처박아 뒀겠지. 마법사들이 그들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놈들의 힘이 강하고 잔인하다는 걸 알지만 그 힘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야. 당연히 축복탐지기 같은 걸로는 그들의 마법 흔적을 찾을 수 없지. 그래서 코브라국은 기묘한 범죄현장을 모두 그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어…….”

브루노의 말이 어딘가 이상하다 생각한 에런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기묘한 범죄현장이 그들이 벌인 짓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하, 기묘하기에 그들의 짓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말 그대로 현장엔 늘 어떤 마법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으니까. 설마 마법사들이 자기 몸 하나 방어 못해 힘없는 외부인들(에르테아를 제외한 외부 생명체에 관한 총칭)처럼 무언가에 찔려 죽었을 수도 있을 거란 멍청한 말은 제발 하지 마.”

에런은 준비했던 말을 급히 삼켰다.

“크흠 뭐, 어쨌든 브루노의 마법 실력은 안 봐도 형편없을 테고 누가 봐도 사람 좋은 척하는 마법사는 아니니까 절대 테아의 추종자는 아니겠네요.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이 돌았던 걸까요?” 에런이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유는 알 거 같지만 굳이 말하지 않을래요”

 브루노가 얼굴을 찌푸리자 에런이 뻔뻔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브루노, 또 궁금한 거 있어요.”

“없어.”

“제가 있다니까요?” 에런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브루노를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축복을 받은 거예요?”

“알 거 없다.” 그가 심드렁히 말했다.

맨날   없대! 배지라도 차고 다니면 물어볼 일도 없지. 뭐가 그렇게 쪽팔리다고…….” 에런이 작게 중얼거리더니 반려도장이 반듯이 찍힌 종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설마 축복을 받지 못한 마법사는 아닐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주받은 마법사요.”

“마음대로 생각해.” 브루노가 관심 없다는 듯 툭 내뱉었다.

 “그래요, 그럼 축복을 받긴 받았지만 마법능력이 꽤 많이 떨어지는 깡통이라 치고!” 에런이 브루노를 흘겼다. 그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에런의 눈이 가늘어졌다.

“브루노, 브루노가 깡통마법사 치고 엄청 속 편하게 사는 거 알아요. 그래서 저도 가끔 브루노처럼 다 내려놓고 유유자적, 사람들의 발길질에 차여 어디든 굴러다니는 깡통처럼 살고 싶지만요? 그럴 수가 없어요. 어깨에 짐을 한가득 지고 있는 사람의 책임감 같은 거랄까요? 아마 브루노는 평생 모를 거예요.”

그는 에런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만 켤 뿐 대꾸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 어떻게든 당당히 실습과정을 통과해 메이저 마법사(실습과정을 수료한 마법사)가 될 거예요. 두고 보세요. 오늘 지팡이 변환식에서 아버지처럼 다축복 마법사가 되면 절 모셔가려는 기관들이 차고 넘칠 테니까!” 에런이 능글맞게 웃어 보이며 한 장의 종이를 펼쳤다. 하지만 어김없이 반려가 찍힌 종이를 보자 울상을 지었다.

 그런 에런을 바라보며 브루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지.”


한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편지봉투를 열어보던, 에런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

“굳이 봐서 뭐 해? 제 속만 쓰리지…….”

브루노는 마지막 봉투를 뜯어 에런의 앞에 올려두고는 지쳤는지, 침대로 걸어가 털썩 앉았다.

잠시 후, 에런은 브루노가 뜯어 놓고 간 마지막 수습지원서가 담긴 봉투를 집어 올렸다. 에런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겠는지 종이를 꺼내자마자 브루노에게 달려가 그의 얼굴에 종이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브루노의 무표정한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그가 놀란 듯 에런을 바라봤다.

“뭐, 뭐예요, 브루노? 설마…….” 에런의 목소리가 기대감으로 떨려왔다. 에런이 심호흡을 하며 종이를 뒤집었다. 에런의 손이 부들거렸다.

“내가 볼 필요 없다고 했잖아.” 브루노가 얄밉게 입꼬리를 달싹였다.

에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브루노, 나중에 따로 신청할  없을까요?” 에런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힘없이 중얼거렸다.

“없어. 수습과정은 졸업식 날, 단 하루만 신청 가능해. 이건 에르테아의 법이고, 그렇기에 아르테마법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의 졸업생들에게 전부 똑같이 주어지는 기회지. 이 기회를 못 잡으면 영원히 깡통마법사로 사는 수밖에 없어.”

졸업식에  가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 졸업을  하면 되지. ?  사정이 있는 거잖아요…….” 에런이 횡설수설하자, 브루노가 미간을 찌푸렸다.

“마법사들의 법은 개인의 사정을 봐줄 만큼 관대하지 않아,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기회마저 잡지 못한다면 그건 개인의 능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거니까. 괜히 깡통소리를 듣는 게 아니야.”

브루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말썽 좀 적당히 부렸어야지…… 전부 반려라니, 이런 경우는 아마 네가 처음일 거다.” 브루노가 혀를 내둘렀다.

“전, 앞으로 뭐 하고 살아야 할까요? 실습과정도 수료 못한 마법사를 받아주려는 직장은 많지 않을 텐데…… 브루노처럼, 기숙사 사감이나 해야 할까요?”

에런이 불쌍한 얼굴로 브루노를 쳐다봤다.

“실없는 소리.” 브루노는 상기된 에런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진짜 할 일이 없다면 날 찾아오던지, 내가 직장을 소개해 줄 수도 있고…….” 그

는 그렇게 말하더니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했다.

에런의 눈이 커졌다. 에런은 어딘가 뿌듯해하는 브루노를 짠하게 쳐다봤다.

“브루노, 정말이지 믿음이 하나도 안 가는 말이었어요. 하지만, 진짜 감동받았어요. 닭살 돋은 거 보여줄까요?” 에런이 자신의 두꺼운 옷 위로 팔을 비볐다. 브루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녀석이, 신경을 써줘도…….” 브루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에이, 내가 다 아는데, 브루노한테 아는 사람이 어딨 어요? 매일 기숙사에만 틀어 박혀 있으면서, 브루노 만약 나이가 들어서 몸도 못 가누는 때가 오면 제가 밥 정도는 떠먹여 줄게요. 브루노는 저한테 할아버지나 다름없거든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말아요.”

에런은 나름 진정성을 담아 전했지만 정작 브루노의 얼굴엔 엄청난 분노가 서렸다.

“너한테 밥 얻어먹느니, 차라리 벽에 머리를 박고 죽고말지! 너는, 너는 말이지…….”

브루노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빨개졌다.


그때였다. 열린 창문으로 편지 하나가 빠르게 날아 들어와 에런의 두꺼운 망토에 꽂혔다.

에런이 화들짝 놀라 창문 바깥을 바라봤다.

창문 너머로 엄청 큰 녹색의 보따리가 주둥이로 편지와 각종 소포들을 퉤퉤- 빠르게 뱉어내고 있었다.



“편지왔-슝!” 인연의 영역, 슝슝우체국의 슝슝우편보따리였다.

 하지만 그 얼마나 대충, 성의 없게 뱉어내는지 기숙사 창문 밑에 저마다 달려있는 우편함 바구니가 아니라 창문이나 벽에 꽂히는 게 절반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늘 상 있는 일인 듯 자연스럽게 창문을 열어 벽에 꽂힌 편지를 빼내거나, 창문을 뚫고 들어온 소포를 주웠다.

창문밖으로 창문들이 깨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브루노는 아직, 방학 기간인 것에 감사했다.

그게 아니라면, 수많은 기숙사 방을 돌며 창문을 수리해줘야 했을 테니 말이다.

브루노가 이를 악물고 녹색의 덩치 괴물을 노려보았다.

“난 어제 15개의 창문을 갈아야 했지. 그런데 오늘은 벌써 17개의 창문이 깨졌군. 방금 두 개의 창문이 더 깨졌다. 내가 오늘만큼은 저 보따리에 불을 질러 버리고 말겠어.”

하지만 분노 서린 말과는 사뭇 다르게 브루노의 몸뚱이는 침대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법도 잘 못쓰면서…….”

에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옷에 꽂힌 편지를 빼냈다.

“어? 지하감옥에 보냈던 수습지원서잖아!” 에런이 놀란 듯, 소리쳤다.

“거기라면 가능성이 있지! 그런데 지하감옥에 까지 보낸 거냐? 정말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군.”

덩달아 소리치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마른 몸을 비틀거리며 다가와 얼른 뜯어보라는 듯, 에런의 팔을 툭 쳤다.

브루노의 재촉에 에런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천천히 봉투를 열었다.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에런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뭔가 착오가 있었나?”

“설마 그곳에서도 널 받아주지 않겠다더냐?”

브루노가 고개를 쭉욱 내밀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상했다. 지금까지 답변서에는 반려도장이라도 찍혀있었는데 지하감옥에 보낸 실습 지원서는 처음 에런이 작성한 상태 그대로였다.

“보따리가 우편물로 사람 대가리를 맞추고 창문을 깨고 집안을 엉망진창 만들어도 물건을 잘만 배송했다고 배짱부리는 놈들인데 이번엔 확실히 실수를 했군!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놈들! 저 보따리는 분명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이건 엄연히 배송실수다! 에런 이 일은 나한테 맡겨라 내가 이번 기회에 아주……!”

브루노가 에런이 떨어뜨린 편지봉투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그 순간, 그가 멈칫하더니 갑자기 배를 잡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

에런은 영문도 모른 채, 브루노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자 브루노가 눈물을 훔치더니 편지봉투를 던지듯 에런에게 건넸다.

“하하, 이번엔 반려가 아니라, 반송이다 이놈아!”

이에, 에런이 재빨리 봉투를 뒤집었다. 에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브루노의 말대로 봉투 뒤쪽에는 슝슝우체국의 반송 도장이 크게 찍혀있었다.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은 에런이 봉투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브루노가 재밌다는 듯 그를 놀려댔다.

“네 이름만 보고 반송을 시켰다니, 누군지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잘하는 놈이 틀림없군.”

브루노가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반려당할 수 없는 기관이 꿈상점과 지하감옥이라지? 그 어려운걸 에런, 네가 해내는구나. 꿈상점은 보내는 족족 반려, 지하감옥은 에런 시엔스의 지원서를 확인도 안 하고 반송, 이렇게 해서 아르테 마법학교도 드디어 깡통마법사를 배출하게 되는군, 그것도 그냥 깡통이 아니고 아주 엄청난 깡통을 말이지! 콧대 높은 아르테마법학교의 수치스러운 역사의 첫 페이지를 네 놈이 장식하게 되다니, 난 말이다……당연히 이럴 줄 알았다. 요놈아! 푸하하하하!” 브루노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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