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도량 빅데이터 분석으로 본 국내 위기관리
수도꼭지를 돌리면 붉은 수돗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5월부터 한 달간 ‘붉은 수돗물’로 사회가 떠들썩했다. 인천 서구와 중구, 영종도, 서울 문래동과 경기도 안산시에서 민원이 잇따랐다. 수도꼭지를 틀면 검붉은 물이 나오는 집에서부터 눈으로 보기에는 괜찮은데 필터가 급속도로 빨갛게 변하거나 검은 알갱이가 끼는 집, 누르스름하게 흐린 수돗물이 나온다는 집까지 민원 내용은 다양했다고 한다.
처음 민원이 들어왔을 때 상수도사업본부는 ‘마셔도 아무 이상 없다’고 대응했다. 해결책으로 ‘수돗물을 방류하거나 아파트 등의 물탱크를 청소하라’는 식이었다. 수돗물 오염 정도와 사례서부터 상수도사업본부의 대처까지 맘까페에서 상황이 공유되면서 그제야 윤곽이 드러났다. 한두 집에서 터진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각 지역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온라인에서 붉은 수돗물이 화제가 됐고, 정부와 지자체는 한 발 늦게 조사단을 꾸렸다. 원인은 원래 물을 공급하던 취수장이 정기점검으로 가동 중지가 되자 인근 정수를 수계전환으로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원래 10시간 걸릴 작업을 10분 만에 하느라 수압과 유속이 너무 빨라진 데서 생겼다고 한다. 작업과 응대에 책임이 있는 인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이번 사태로 직위해제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사태는 한 달 만에 진정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각각 수질 점검과 안전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노후 상하수도관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교체가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재 서울 상하수도의 길이는 총 20만 9000km나 되고, 20년 이상 지난 관로를 모두 교체하는 데만도 200년이 걸린다고 한다.
비슷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각 지자체는 빅데이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수량과 수질 관리를 함께 해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관리 방식으로는 한계점이 분명하다고 한다. 서울시는 수질 민원의 강도와 횟수를 분석해 ‘수질취약구역’을 찾아낼 계획이다. 현재 민원빅데이터 포털은 이미 구축되어 있다. 만약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의사결정 시 민원 빅데이터를 확인했더라면 수돗물 오염이 한두 건물 문제가 아니라 전 지역에 퍼져 있는 중대한 문제임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한눈에 보는 민원 빅데이터(http://bigdata.epeople.go.kr/smp/openIndex.do)’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올해 5, 6월 민원이 평균보다 높음을 볼 수 있다. 이 그래프는 지역이나 분야가 세분화된 그래프가 아니라 전체 민원 증감률이어서 꼭 붉은 수돗물 사태 때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민원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고, 공무원들은 요청하면 자신의 분야에서 어떤 민원이 지역별, 인구특성별로 얼마나 들어오는지 실시간으로 자료가 제공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꼭 민원의 증감율로만 사태의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민원을 넣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한 현재는 각종 사이트에서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먼저다. 그렇게 여론이 형성된다. 언론사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론이 형성되고 언론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보도가 시작된다. 따라서 보도량과 보도되는 내용의 경향성은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커질지, 진정될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미디어 빅데이터기업 비플라이소프트는 아이서퍼를 통해 확인 가능한 실시간 보도량과 자체적으로 축적한 데이터 등을 분석해 고객사 위기관리에 도움을 드리고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지난 한 달 간 ‘붉은 수돗물’ 에 대한 언론사 보도 추이를 알 수 있다. 5월 30일 맘카페에 피해사례가 처음 등장한 이후 6월 3일~7일 사이 1차 보도량 증가가 있었다. 자체 데이터와 네이버 뉴스에 등록된 기사 보도량을 분석해 보았다.
유의영역인 ①번 박스권 안을 보면 네이버 포털의 보도량이 6월 3일경 반짝 증가했다가 완만하게 꺾인다.
그러나 자체데이터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3일부터 7일까지 꾸준히 높은 보도율을 유지하고 있다. 6월 10일, ‘사태가 진정 중이다’라며 ‘민원이 급감하고 있다’는 보도가 등장했고 실제로 포털 뉴스 보도량은 줄어든 상태로 평행선을 그었지만 자체 데이터의 양상은 달랐다. 민원이 급감하고 있다는 ⓐ지점 이후에도 8일, 9일 주말에만 가라앉았을 뿐 월요일인 10일부터 다시 보도량 증가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음 유의영역 ②번 박스 내내 높은 관심을 유지했다.
다음은 정부의 중간조사 발표가 있던 6월 18일자 포털 댓글에 가장 많이 등장한 핵심 키워드를 모은 워드클라우드다. 보도량이 폭증한 ⓑ지점에 나타난 여론이다. 정부의 한 발 늦은 대응을 질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으레 나타나기 마련인 색깔론 등 지나치게 정치적인 키워드를 제외하더라도 정부, 수도관, 세금, 공무원, 책임, 수돗물, 녹물, 해결, 사퇴, 교체, 사과, 무능 등의 유의미한 반응이 보인다.
특히 최종 책임자로 여겨지는 인천시장에 대한 키워드가 눈에 띈다. 만약 민원빅데이터의 증감율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더라면, 혹은 그 다음에라도 미디어 빅데이터를 이용, 유의영역인 ①, ②번 박스에서 다가올 위기를 예측하고 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더라면 보도량의 폭증이나 여론의 악화는 상당히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는 2012년에 이미 데이터를 이용해 상하수도관 실시간 3D 모델을 구축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인프라는 오래 전에 건설돼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이 끊어지거나 수도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시각화 모델을 구축해 지하 매립 인프라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이전보다 문제의 예방과 해결이 쉬워졌다.
수돗물 관련해서는 한국수자원공사도 댐이나 지하수관 이용량, 탁도, 강우량 등 수십 가지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데이터화해서 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데이터를 아무리 축적하고 플랫폼을 만들어 둔다 하더라도 제때 분석해서 의사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를 대응하는 방식에는 빅데이터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공데이터포털 https://www.data.go.kr/
한국수자원공사 공공데이터 개방 https://www.kwater.or.kr/gov3/pubdataPage.do?s_mid=52
미디어 빅데이터 (주)비플라이소프트 http://bflysoft.com/
※ 위기관리 & 이슈 분석 서비스 - 위고몬(WIGOMON): http://www.wigomon.ai/
-성공 마케팅 실전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