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프로 정착러가 되는 길 : 조금 긴 여행을 준비하는 방법
2021년 11월 초, 회사는 어느 때보다 어수선했다. 승진인사가 확정되고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조직개편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지금이었다. 휴직 계획에 대해 말해야 할 타이밍, 팀장님께 바로 면담 요청을 했다. “팀장님, 육아휴직을 하려고 합니다. 남편이 LA에서 석사과정을 하게 되어 함께 가서 아이도 학교에 보내고, 저도 부족했던 영어공부와 아이케어를 병행하려고 합니다. 갑작스레 말씀드려 송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래전부터 계획해 왔던 일이고 육아휴직 유효기한이 마감되기 전인 올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예상 밖의 이야기에 잠시 놀란 듯하다 이내 침착함을 유지한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휴직을 한다고? 이 타이밍에? 남편이 원래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었나?” 나이 마흔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간다고 하니 이상한 질문도 아니었다. “아니오. 사실 공부에 대한 욕심이라기 보단 가족 모두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다른 이들도 많이 그렇듯 저희도 언젠가 해외에서 일 년살이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고, 결혼하고 신혼초부터 언젠가 그렇게 하자 얘기를 나누곤 했는데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학위 과정을 준비하게 되었고, 준비 끝에 입학허가를 받아서 이렇게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멋있다. 결심하고 목표한 바 이루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래 잘 다녀와. 두 사람이라면 시간 허투루 쓰지 않고 잘 다녀올 것 같네.” 입을 떼기 어려웠지만 팀장님께 휴직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하여 12년을 근무한 회사는 나의 컴포트 존이었다. 일이 많다, 힘들다 투덜대면서도 좋은 콘텐츠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그것을 성과로 전환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먹고 싶은 것을 고민 없이 사 먹을 수 있으면 부자,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으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삶의 환희와 생계를 책임져 준 것도 회사였다. 그런 회사를 다니며 매일 같은 루틴으로 살던 일상을 버리고 미국행을 결정한다는 것은 내게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 낯선 세상으로 나가 어떤 일을 맞닥뜨릴지,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두려웠다.
그러나 떠나야 했다.
머물러 있으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남들 사는 대로
따라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가족과의 시간, 가슴 뛰는 경험, 회복과 충전. 살다 보면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다. 더 늦어도 더 일러도 안 되는 골든 타이밍, 바로 지금이었다. 회사에 휴직 계획을 알린 시점, 출국까지는 한 달 여의 시간이 남아있었고 이제 정말 짐을 꾸리고 떠날 채비를 해야 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