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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구루 Sep 17. 2022

니가 사는 그 집

Part1. 프로 정착러가 되는 길 : 조금 긴 여행을 준비하는 방법

 


팔로스 버디스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우리는 미국에 오기  거주지로 고려했던 집들과 동네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과 주말을 이용해 거주 후보지로 고려했던 집들을 가보기로 했다. 우리집이  수도 있었 지역 사우스 패서디나(South Pasadena), LA 다운타운의 파크 라브레아(Park La Brea), 레돈도 비치(Redondo Beach), 맨해튼 비치(Manhattan Beach) 그리고 팔로스 버디스(Palos Verdes)였다. 최종 후보지로 선택한 팔로스 버디스를 제외하면  4곳의 후보가 있었고 모두 Trulia  Zillow 같은 현지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검토했던 곳들이라 세부 주소도 알고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찾아갈  있었다.

 


첫 번째 주말,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사우스 패서디나였다. 사우스 패서디나는 듣던 대로 미국의 전통 하우스들이 즐비한 풍경 속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저마다 다른 개성의 아기자기한 예쁜 하우스들이 길목마다 자리하고 있어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평온함을 넘어 지나치게 고요해 보이는 동네 분위기가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주택가와는 달리 쇼핑몰과 커피숍들이 위치한 중심가는 힙하고 세련된 가게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이곳에 살았다면 주말마다 부지런히 그곳을 찾았을 것 같았다. 우리 집이 될 수도 있었던 집과 그 집을 계약했다면 아이가 다닐 수도 있었던 학교 앞에도 가보았다. 지금은 다른 선택을 하였지만, 인연이 되었다면 이곳에 살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풍경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 주말, 찾아간 곳은 LA 다운타운의 파크 라브레아(Park La Brea)였다.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파크 라브레아는 실제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로 남편의 학교인 USC까지의 통학거리가 가까워 거주지로 고려했던 곳이었다. 학교까지의 통학거리가 20분 내로 매우 가깝다는 점, 한인타운 인근에 위치한 만큼 한인마트 및 병원 등의 편의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그로브몰(Grove Mall)과 같은 대형 쇼핑몰이 단지 앞에 위치해 있어 생활하기 편리하다는 점 등 많은 장점을 지닌 곳이었기에 우리처럼 USC나 UCLA로 유학을 오는 사람들이 1순위로 고려하는 거주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파크 라브레아 아파트를 찾아가는 길,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홈리스들의 텐트가 즐비한 풍경과 고급 주택단지가 늘어선 상반된 풍경을 보며 단지 안은 안전 했을지라도 치안 면에서 마음 놓고 생활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자체는 듣던 대로 훌륭한 조경과 뛰어난 입지에 위치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처럼 단기로 미국 체류를 계획하는 경우 한인들이 많은 이곳의 입지적 조건이 충분한 현지 문화 체험과 언어 발달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일 LA 다운타운의 파크 라브레아를 거주지로 선택했다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일상의 패턴을 그려 갔을 것 같았다.

 


세 번째 주말 행선지는 레돈도 비치(Redondo Beach)와 맨해튼 비치(Manhattan Beach)였다. 레돈도 비치와 맨해튼 비치는 차로 10분 내 이동이 가능할 만큼 인접해 있는 만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 곳에서 고려했던 아파트 모두 신축으로 건물 외관이 깨끗하고 주변 환경이 깔끔해 보였다. 동네 전반의 분위기가 정돈되어 있다고 느껴졌고, 치안 면에서도 거리를 떠도는 홈리스 부랑자들이 보이지 않아 안전해 보였다. 팔로스버디스가 자연에 가까운 시골 풍경, LA 다운타운이 도시에 가까웠다면 레돈도 비치와 맨해튼 비치는 자연과 도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모습이었다. 굳이 구분을 짓자면 맨해튼 비치 쪽이 레돈도 비치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부촌 같아 보였다. 비치 쪽을 보자면 레돈도 비치는 부담 없이 물놀이를 하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맨해튼 비치는 직접 물에 몸을 담그고 놀기보다는 감상용의 해변 같아 보였다. 신기하게도 레돈도 비치와 맨해튼 비치에서 고려했던 아파트 모두 아직 공실이 있는지 입주자 모집 공고 현수막이 걸려 있는 채였다. 집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보며 이곳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어떤 생활을 해나갔을까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주변을 걷다 걸음을 뗐다.

 


그렇게 거주지로 고려했던 후보 지역들과 집 인근 투어를 모두 끝내고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돌아보니까 어떤 것 같아? 어디가 제일 살고 싶은 곳이었어?” 답은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거주지로 선택한 팔로스 버디스가 우리 모두에게 1순위였다. 어디든 장점과 단점이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팔로스 버디스의 단점으로 꼽은 편의시설이 멀다는 것이 우리에겐 단점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자연에 가까운 시골 풍경은 너무 좋았으며, 무엇보다 치안 면에서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곳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한국에서 집을 직접 보지도 않고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으로 집을 찾아 대행 서비스를 통해 계약한 집이 이토록 마음에 들 확률이 얼마나 될까? 기적과도 같은 행운에 감사하며 그렇게 니가 사는 그 집 투어는 3주 만에 끝이 났다.

 


주변 지역을 돌아보며 각 마을의 분위기와 풍경을 볼 수 있어 유익했고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에 설레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저마다 선택의 기준과 고려 요소는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처럼 USC나 UCLA로 단기 유학을 위해 이주를 하는 가족이 있다면 학교까지의 통학 거리를 감안하더라도 많은 장점을 가진 팔로스 버디스를 거주지로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샌디에이고, 포틀랜드,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 내 많은 도시로 여행을 다녔지만 팔로스 버디스만큼 자연경관이 뛰어나면서 안전하고 생활의 편의성까지 갖춘 곳은 찾기 어려웠다. 도시보다는 시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법한 이곳의 자연 친화적인 풍경, 붐비지 않는 한적함 등이 우리의 정서와 맞아떨어져 거주하는 내내 만족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 경험의 폭이 다가 아니기에 이곳이 베스트라고 말할 순 없지만 사는 내내 팔로스 버디스라는 천국 같은 곳에 머물며 매일 감동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우스 패서디나/LA다운타운의 파크 라브레아/레돈도비치의 거주 후보지였던 집들(좌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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