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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구루 Sep 23. 2022

여행은 계속된다

Part2. 여행자의 시간 I : 겨울에 떠나는 미국 서부 로드 트립




미국 입국 4일 만에 여행을 시작하며 라스베가스, 세도나, 피닉스 등 여러 도시를 거쳤고 생활자가 아닌 여행자로 지난 2주를 살았다. 이제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 중간 동선에 있는 팜스프링스와 인근의 데저트 힐스 프리미엄 아웃렛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팜스프링스(Palm Springs)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휴양도시로 LA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만큼 할리우드에서 영화 촬영을 하던 스타들이 촬영 중 휴식이 필요할 때 자주 오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은 온통 사막이지만 온천과 골프 그리고 인근의 아웃렛까지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해 관광지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놀이터라 불리는 만큼 깨끗하게 정돈된 길에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해 있었다. 널찍한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왠지 도시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행의 막바지, 집에 가는 길까지 힘을 내기 위해 다운타운 중심부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씩을 사들고 거리를 걸었다. 팜스프링스 거리에는 다양하고 예쁜 가게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한 가게에서는 다양한 메시지가 적힌 현관 매트를 팔고 있었는데 온 가족의 투표로 <Peace, Love & Muddy Paws> 라고 쓰인 매트를 집에 데려가기로 했다. 가격도 20달러로 TJ MAX 나 Home Goods에서 파는 매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득템을 한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 앞에 매트를 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야무지게 데저트 팜 프리미엄 아웃렛 구경까지 마치고 LA 다운타운을 지나 집까지는 1시간도 채 남아있지 않았다. 팔로스 버디스에 가까워질수록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일부터는 아이의 학교 등록을 위한 교육부 방문부터 DMV 시험까지 생활을 위해 필요한 많은 절차들을 진행해야 할 것이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과 함께 이제 진짜 미국 생활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그저 여행을 떠나온 것이었다면 2주간의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겠지만 지금 우리는 팔로스 버디스로 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일 년 간의 미국 생활이 시작될 것이었다. 그동안 미국의 비싼 외식비에 배고픈 여행자로 살아야 했지만 이제는 동네 마트에서 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해 먹고 곧 익숙해질 길을 걸을 것이다.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며 어쩌면 한국에서 해왔던 일상의 패턴들을 다시 이어가게 될 것이었다. 어제부로 한 살씩 더 먹은 식구들과 잘 해낼 수 있다고 잘해보자고 손을 맞잡으며 우리의 집 팔로스 버디스로 향했다.

 


팔로스 버디스가 가까워지니 눈앞에 짙은 파랑의 태평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지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 앞 풍경이 더 여행지처럼 느껴졌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집 앞 풍경이 지난 2주간 보아왔던 사막의 풍경과 대조되면서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집에 가까워질 즈음 마침 노을이 지며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마치 또 하나의 여행이 시작된 것 같았다.



불현듯 미국으로 떠나오기 전 오빠네 식구와 마지막 가족 모임을 가졌을 때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여행하듯 즐겁게 다녀와.” 말그대로 여행자와 생활자 사이, 딱 그 경계에서 매 순간을 즐긴다면 앞으로의 미국 생활은 충분히 값진 시간들로 채워질 것이었다. 열흘 간의 서부 로드 트립이 끝나고 여행의 또 다른 페이지가 시작되고 있었다.



여행하듯 살자.



<2주간의 서부 로드 트립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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