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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구루 Jan 13. 2017

엄마가 가장 힘들 때

아이가 아프던 밤

                                                                                                                          


지이잉~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 화면 속 어린이집 이란 네 글자를 보고 긴장한다. 평일 오전 열한 시 어린이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좋지 않은 소식일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 어떡해요 서연이가 수족구인 것 같아요 현우가 수족구에 걸렸는데 잠복기라 오늘에서야 인지를 하고 아이들을 살펴보니 달님반에 4명이나 붉은 반점이 올라와 있어요 어떡하죠 지금 하원 하실 수 있으실까요?"



"아..." 잠시 정적.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얼른 정신을 차려 머릿속을 정리한다. "선생님 우선 오늘은 오후에 미팅 일정이 모두 잡혀 있어 즉시 하원은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떡하죠. 주말까지는 등원하지 않고 회복될 수 있도록 아빠랑 방법을 찾아볼게요 오늘은 당장 하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예정대로 하원 해도 괜찮을까요?" "네 어머니 오늘은 대부분 모두 그러실 것 같아요 수족구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은 따로 공간 분리해서 생활하도록 할게요 걱정 마시고 일하세요."



하늘이 무너진다. 등원을 할 수가 없다. 적어도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은 연차를 내고 아이를 돌봐야 한다. 연초에 보고서는 쏟아지고 예정되지 않은 휴가를 쓰는 것은 역시 부담스럽다. 일단 급한 대로 남편에게 아이의 수족구 발병 소식을 전하고 양가 어머니께 차례로 상황을 공유한다. 일하는 엄마에게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은 청천벽력이다.



우여곡절 끝에 목요일은 어머님이 연차를 내고 아이를 돌봐주시기로 하고 금요일 오전은 내가 오후는 친정엄마가 반차를 내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되었다. 소아과에서 약을 처방받으며 3일 정도 푹 쉬면 괜찮아질 거란 말을 들으니 그제야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하원 후에 만난 아이는 다행스럽게도 손바닥과 발바닥에 붉게 피어난 반점들이 무색하게 매우 잘 먹고 잘 놀아주고 있었다.



복직하고 지난 2년 동안 아파서 등원을 못한 적은 없으니 사실은 그동안 아이가 너무나도 잘 버티어준 것이다. 고마운 마음 한 편 눈물 콧물 다 빼며 아이의 침대맡을 지키던 3년 전 겨울이 떠올랐다. 일 년의 육아휴직 후 복직을 앞두었던 시점 한 달이란 긴 시간 앓았던 아이는 장염에 돌발진으로 생애 첫 입원을 해야 했다. 일주일의 입원 생활 후에도 다시 감기와 기관지염 그리고 또다시 재발한 장염으로 제대로 돌치레를 했다.



39도를 넘나드는 고열에 하혈까지 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그때 잠시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길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 나 키우면서 언젠가 제일 힘들었어?" 엄마는 대답했었다. "네가 아플 때..." 아픈 아이 곁 좁은 침상에 누워 누렇게 변색된 병원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말이네..."



엄마도 그랬겠지. '내가 대신 아팠으면...'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순간은 아이가 아플 때다. 퇴근 후 만난 아의의 작은 손바닥을 살펴본다. 작고 보드라운 손바닥에 붉은 반점들이 꽃처럼 피어있었다.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다.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너 타요 해!" 하며 동그란 토끼눈으로 파란 타요 한 대를 손에 쥐어 주는 아이에게 어색한 표정이 들킬까 얼른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래 로기! 우리 소풍 놀이할래?" 열심히 로기와 함께 거실 한켠 꼬마 버스들의 도로를 달리며 나지막이 속삭인다. '아프지 마 서연아 깊은 바람 담아 지어 불렀던 네 태명처럼 그저 튼튼하게만 지금처럼만 자라줘 엄마는 널 정말 어마 무지하게 사랑해'





글과 사진 | 초록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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