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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구루 Mar 19. 2017

여행후유증

여행이 끝난 후에 오는 것들 | 아이와 함께한 다섯번째 여행지 푸켓 #2




휴양지로 떠나는 동남아 여행은

여행을 다녀온 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존재감이 더욱 선명해진다.



복귀 후 적막한 사무실

탁탁탁탁 들려오는 키보드  소리 속에서

시야를 가득 채우던 초록이

문득문득 그리워진다.






다시 시작된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시계 조차 보지 않던 며칠이

마치 꿈을 꾼 것만 같다.



여행지에서의 시간도

사실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으로 채워진다.





일어나 세수를 하고 조식을 먹고

주말에만 하던 모래놀이와 산책을

온종일 했다는 사실 외에

특별할 것 없던 여행지에서의 시간.



그렇지만 아침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늘어지게 잘 수 있다는 사실.

아무 생각 안 한 채 언제까지고

멍 때리며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



차려먹는 식사가 아니라

차려주는 식사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

내일 출근 걱정에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억지로 재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자꾸자꾸

앞으로 나가야만 하는 일상이 아니라

머무를 수 있는 일상

여행이 주는 기쁨은 그렇게

작지만 특별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여행은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돌아와 더 잘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언제부턴가

여행이 끝난 후엔

이 문장이 탁 하고 생각난다.

맞아 맞아하면서.



다시 떠나고 싶은

충동이 매우 자주 일렁인 며칠

지금 여기, 이 곳에서

다시 잘 살아내야 함을 되새기며

여행의 후유증을

주머니에 꾹꾹 눌러 넣어본다.  






글과 사진 | B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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