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 | 크로아티아 #4
성벽의 작은 창 사이로
보이는 아드리아해의 풍경에
지금 이 곳이
두브로브니크란 사실을 실감한다.
저기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도
나처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이 풍경에 취해있겠지.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이 만큼의 거리를 두고 걷는 성벽길.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너도 봤지?
난 이제 내려갈게 천천히 즐기라고"
풍경을 공유한 공감대 속에서
따뜻한 미소 사이 대화가 오간다.
우리가 떠나도
변함없이 이 곳을 지키고 있을 아드리아해.
언젠가
두브로브니크를 떠올리면
성벽 너머 붉은 지붕들 아래 펼쳐진
이 풍경이 생각나겠지.
하늘 아래 반짝이는 물결이
꿈같기도 하고, 꿈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만일 꿈이라면 두브로브니크는
아주 오래도록 꾸고 싶은 꿈이다.
"언제, 다시 이 곳을 찾을 수 있을까"
매튜가 먼저 말을 꺼낸다.
"언제라도, 다시 찾을 수 있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언젠가 꼭 다시 오자'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성벽을 내려오는 길
오르는 길에 만난
착한 눈의 강아지는
오후 나른한 낮잠을 자고 있다.
온종일 성벽 계단에 앉아
자수를 놓고 계신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누군가에겐 고향일 이 곳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벽에 걸린 공중전화마저도 그림이다.
왠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야만 할 것 같은
공간을 카메라에 담으며
혼자 떠나온 여행이었다면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겠지하고 생각한다.
이번 크로아티아 여행 최고의 사치
이제 Raddisson Blu Resort로
이동해야 할 시간.
다시 캐리어를 끌고 걸음을 옮긴다.
역시나 한 번에 찾아가는 것이
더 이상한 길치 부부.
도로 위에서 길을 잃고
낯선 레스토랑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길을 잃고도
이토록 여유로운 오후,
어느새 우리도
이 곳의 시간에 동화되어간다.
리조트에 도움을 청하고
기다리는 사이
뜻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이던 여행에서
순간에 머무는 여행으로
닮은 듯 다르게 바뀌어가는
이 여행이 참 좋다 생각한다.
글과 사진 | B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