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연적으로 떠난 타즈매니아 로드트립으로부터 레인보우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아니, 사실 찾아갈라고 하지는 않았다.
한 번 내 삶의 순간을 관찰해 보면, 때로 그런 느낌이 있다. 뭔가 내가 막상 사고 싶은 게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집착하게 되면 찾기가 힘들고, 해야 된다 해서 하는데, 일이 술술 풀리지 않는 느낌일 때.
내가 간절히 원해서, 내 마음에 부름과, 어디에선가 그 끌어당기는 순간들, 수많은 순간과 우연의 교차점들이 뭔가 흘러가듯이 흘러가다 보면,
내가 원했던 것을 잊게 될 때가 있고, 그러다가 묘하게 원했던 것이 등장할 때가 있다.
사실, 나는 서핑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이제 조금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호주에서는 강한 달의 힘이 느껴지는 큰 파도들이 있다. 수영 초보인 나에게는 조금 무서운데, 하루는 용기 내어 바디서핑이라도 해보았다. 파도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바디서핑은 일반 보드서핑과는 다르게 일어설 필요가 없으니, 큰 움직임 없이 보드를 잡고 그저 몸을 맡기기만 하고, 순간의 파도를 잘 맞춘다면, 파도를 탈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파도에 자꾸 욕심내고, 초조해할 때는 내가 탈 수 있는 파도는 단 하나도 안 오고, 계속 물에만 빠지기만 빠지고 이제 지치기만 했다. 더 이상은 한계다 싶어 나가려는 그 순간, 예상치도 못한 작은 크기의 파도가 나를 저 앞 모래사장까지 친절히 바래다주었다.
가끔, 사람들이 인생의 순간들을 파도에 비유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게 정말 그렇더라.
그 순간의 순간들에 내 몸을 맡긴다는 것.
내가 생각했던 나, 되고 싶은 나 따위는 잊고, 잠시 내 빈 몸을 파도에 맡기듯이 내던져보면, 어느 순간 그 파도가 나에게 놀라운 선물의 순간들을 안겨줄 때가 있다.
로드트립을 끝마치고 예전에 지내던 호스텔로 다시 돌아왔을 때였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레인보우의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이를 찾아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눈이 너무 맑고 반짝이는 한 친구의 눈에 사로잡혀, 우연히 눈이 마주치고, 이상하게 예전에도 알고 지낸 것처럼 굉장히 편안했다.
그 친구는 나의 길잡이, 안내자였다. 알고 봤더니, 그는 주위에 레인보우 혹시 들어봤는지, 혹시 가고 싶은 사람이 없냐고 물어보고 다니고 있었다. 마치 내가 가는 순간들과 회로 속에서 나타난 길잡이 같은 친구와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레인보우라는 미지의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