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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주 Aug 31. 2023

프랑스의 해안마을, Lampaul - Plouzrel

프랑스, 한적한 시골의 일상 01

프랑스에서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 Lampaul - Plouzrel    (프랑스어가 그렇듯, 철자가 참 어렵다. ) , 프랑스에서도 따로 독립적인 역사를 자랑하는 주, 브리타니에서 서쪽 끄트머리 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https://goo.gl/maps/KTSMxpH2hC7kCqfW9


이곳에 온 지, 어느덧 2주를 훌쩍 넘어버렸다. 가끔 커피를 마시면서 아침에 멍하니 있으면, 어쩌다 내가 프랑스의 시골에서 지내가 있나 싶지만, 어느덧 이곳에 일상이 익숙해져 버렸다.


아침에 눈이 뜨면,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들리는 소리가 있다.

부슬부슬 오면서 비치는 잔비, 바람에 의해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집의 대문 소리, 흐리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는 하늘과

오늘처럼 쨍쨍한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유난히 초록빛이 더우 빛나는 잔디와 사과나무, 그리고 들리는 새의 지저귐 소리.



브리타니 지역은 특히 타 지역 프랑스와 달리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씨가 많지만 여름에는 해가 쨍쨍할 때가 많아, 이 지역 주민들에게 매 여름은 특히나 소중하다. 내가 이곳에 온 8월부터는 그래도 70프로는 해가 쨍쨍하고, 너무 덥지는 않은, 딱 햇살을 쬐기 좋은 여름 날씨이다.


가끔은 이렇게 안개가 자욱하고,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가 있다.


그리고 장이 좋아하는 커피를 내리는 소리. 기분에 따라 나는 요가를 하거나, 가만히 햇살을 즐긴다. 사실, 지난 몇 년간 호주에서 장과 둘이 작은 밴에서 자고, 먹고 한 생활에 비하면, 이 오두막집은 나에게 큰 여유로움과 쉼을 제공한다.




호주에 지낸 생활도 그대로의 즐거움과 행복이 있었지만,

항상 이야기로만 듣던 그의 고향에서, 그와 가족이 지냈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지내는 가족이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은 마치 내가 이 동네에서 살아왔던 것처럼 편하다.


하루하루가 그렇듯, 매 순간이 너무 빠르게, 새로운 일정과 약속이 생기고,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어느덧 나는 그의 가족들을 여러 번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쭈뼛쭈뼛 어색하기만 한 프랑스 식 인사법  '비쥬 Bisous'를 그의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사촌, 삼촌, 온 가족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 볼에 키스를 한다.


동네 이웃을 보면, 대부분이 오랫동안 거주해서 서로의 할머니, 할아버지, 손자, 손녀를 기억한다. 나는 서울 도심 한 복판에 있는 아파트에서 자랐고, 그마저도 가끔 이사를 하며 동네가 바뀐 바람에 딱히 연락하며 지낼 기억에 남는 이웃이 별로 없다.

그러나 지금은 대가족에서 느끼는 시끌벅적함과, 길을 걷다가 이웃과 마주치면 반갑게 안부를 묻는 새로운 환경에 있는 나를 만난다.



 

장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의 10대 시절을 함께한 동네 친구들은 동네에서 크게 멀지 않은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들은 소중한 10대 시절 친구들의 모임을 이어가며, 주기적으로 모인다고 한다. 그들에게서 지금 내가 지내고 있는 오두막의 전설들을 전해 들었다. 장의 13살, 14살 즈음, 그는 근처에 있는 도시에서 기숙사학교를 다녔고, 주말만 되면 이 오두막 집에 와서 지냈다고 한다. 당시 장의 부모님은 타지에서 일을 하고 계셨던 지라, 장과 장의 친구들은 그들의 성지, 오두막 집에서 어마어마한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모두가 이 작은 오두막에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10대스러운, 즐거운 경험을 가슴속에 품고 있다. 안 그래도, 처음 이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에 그들의 소중한 손때가 곳곳이 묻은 흔적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따스하다. 친구들과의 추억. 남의 추억과 기억이지만, 내 것인 마냥 아름답다.


오두막집 곳곳에 있는, 친구들의 추억이 담긴 그림들




해가 쨍쨍한 날은 어느 누구든 기분이 좋을 수밖에. 최고로 기분이 좋은 사람은 내 옆에서 자고 있던 장. 눈을 뜨자마자, 그는 마치 스프링이 튕겨져 나가듯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다. 하는 행동은 어린아이가 따로 없지만, 커피를 마시겠단다.

아침부터 잔뜩 설레어 평소 계획을 짜기 좋아하는 그는, 오늘 수영을 하러 가자고 한다. 나는 해가 뜨는 날이면, 그날대로의 기분이 좋아 그 느낌을 담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은 느낌이 든다. 사실 해가 쨍쨍해 있든, 비가 오는 날이든 멀리 나가지 않고 집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도 남들이 하자는 거는 또 잘 따라서 하는 편인데, 사실 그게 새로운 것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에, 액티비티 어디에 있든 또 잘 껴 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내가 물을 무서워했지만, 이제는 물과 조금 친해진 것, 이런 느낌이 있을 때일수록 더욱 뛰어들면 큰 성장이 있을 거라는 것. 그런데, 브리타니 물은 너무 차다. 호주에 있을 때, 타즈매니아 섬의 물도 꽤나 차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비슷하거나 더욱 찬 느낌이 든다. 그래서 바다에 뛰어들 때, 항상 그 차가운 전율이 있다. 사실 그래서 해가 쨍쨍한 날은 장에게 끌려가다시피 수영을 하러 간다. 그래도 그 차가운 전율의 1분이 지나면, 나의 몸은 마치 엄마의 뱃속에 있는 것처럼 물을 받아들인다.


차가움이 무뎌지는 것은 순식간인데, 그 뛰어들 때 느껴지는 차가운 전율 때문에 망설여진다. 가끔 우리에게 첫 시작은 왜 이렇게 망설여질까. 하다 보면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는 거를 알아도 순간이 힘겹고 어려울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장의 할머니가 예전에 다치신 허리가 많이 좋아지셔서 수영을 다시 시작하셨다. 장의 할머니 연세는 78세,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브리타니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바다에 뛰어든단다.


" il fait froid! "


몸을 부르르 떨며, 계속 춥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어느 순간 보면 물에 쏙 들어가 계신다. 그녀의 삶은 자연과 함께한다. 태어나고 자란 바다에, 나이가 들어도 뛰어드는 것이 마치 자연의 섭리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할머니랑 있으면, 조금 덜 불평 없이 물에 뛰어든다. 언젠가는 이 찬 바닷물이 익숙해질 거라는 헛된 희망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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