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나에게 영화관이란 단관 극장이 아닌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 극장이었습니다.
1999년, 내가 사는 도시 중심에 CGV 2호점이 개관하였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특별활동시간의 대부분을 영화부에서 보내며 2주에 한 번씩 멀티플렉스를 찾았습니다.
영화나 영화배우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멀티플렉스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는 강렬했습니다.
달콤하고 고소한 팝콘 냄새가 가득 찬 로비, 매표소 앞 길게 줄, 최신식 스크린과 음향시설, 고급스런 카펫으로 꾸며진 실내 공간 등 모든 요소들이 나에게 멀티플렉스를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이 아닌 새로운 문화와 유행을 체험하는 특별한 장소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멀티플렉스는 당시 나에게 있어 영화 상영 공간을 넘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었습니다.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 안내원의 친절한 미소와 대형 스크린 앞에서 느끼던 설렘,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웃고 놀라며 영화를 감상하던 순간들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느꼈던 신나는 설렘과도 비슷한 감정이었죠.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멀티플렉스는 여전히 내 일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연인과의 데이트코스로, 가족과의 나들이 장소로 멀티플렉스는 언제나 최적의 선택지였습니다.
영화 관람 뿐 아니라 쇼핑과 외식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멀티플렉스는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도시 중심을 벗어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멀티플렉스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를 보러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일상 속에서 영화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공부와 일, 육아로 인하여 영화관을 이전처럼 찾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멀티플렉스는 변화하는 관객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진화를 거듭하였습니다.
넓은 좌석과 고급 다이닝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영관, 그리고 시사회, 전시회, 팬미팅, 라이브중계 등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며 단순한 영화관람을 넘어선 경험을 제공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서며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였습니다.
팬데믹 이후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집에서 고화질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확산된 것이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멀티플렉스의 관객 수를 줄였고 일부 상영관은 폐쇄되거나 리모델링되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멀티플렉스는 시작과도 같은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그 공간에서 느꼈던 설렘과 즐거움은 여전히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생존과 진화를 모색하며 과거의 추억을 현재와 이어주고 더 나아가 미래를 상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