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1. 1980~1990년대: 전통시장에서 아파트 상가로
1980년대 후반, 초등학생이던 나는 수업이 끝나면 엄마와 함께 재래시장에 가곤 하였다.
시장은 언제나 활기로 넘쳤으며, 골목을 따라 생선, 과일, 야채 가게들이 있었고, 좌판 위에 앉아 장사를 해온 할머니들 그리고 시장 입구에서 옛날 와플을 자주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
1990년대 초반, 신도시로 이사오면서 쇼핑의 중심은 아파트 단지상가로 옮겨갔다.
‘OO플라자’ 이름의 상가가 형성되고 지하나 1층에는 중형마트가 자리잡았다.
시장에서 사던 과일과 야채는 상가 마트에서 간편하게 구매하였으며, 좁고 붐비는 시장 대신에 더 정리된 공간에서 쇼핑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2. 1990년대 중후반: 대형마트의 등장
중학교 시절, 도시 곳곳에 킴스클럽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킴스클럽은 기존의 시장이나 동네 상가와는 확연히 다른 공간이었다.
건물의 외관부터 거대했고 내부는 높은 천장과 환한 조명으로 가득하였다.
가족단위로 주말 저녁, 장을 보러 가는 것이 하나의 가정 내 여가로 자리잡았다.
남동생과 카트를 밀며 견과류, 아이스크림, 해쉬브라운 같은 대량 묶음 제품을 구매하는 경험은 새로웠다.
3. 2000년대: 이마트와 대형마트 전성기
2000년대 초반, 이마트는 대형마트의 시대를 열었다.
이마트는 단순히 할인점이 아니라 유통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공간을 조성하였다.
자체 브랜드 상품을 도입하여 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대규모 할인과
넓은 주차장과 대형 쇼핑 카트 등을 도입하여 쇼핑 편의성을 강화하였다.
또한, 식료품 뿐 아니라 가전, 의류, 생활용품까지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4. 2010년대: 홈플러스와 유통 공간의 변화
2010년대 대형마트 시장은 더욱 치열해졌고
이를 반영하듯 우리 동네에 이마트 옆에 홈플러스와 홈플러스를 상징하는 시계탑이 생겼다.
다만 홈플러스는 동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타 대형마트와 차별하였다.
주로 아이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센터, 키즈존, 영화관 등을 만들어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며,
배송 서비스 또한 적극적으로 시도하였다.
5. 2020년대: 대형마트의 위기와 새로운 시도
그러나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형마트는 더 이상 필수적인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대형마트가 주변에 양적으로 많아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이 보편화되면서 굳이 마트를 찾을 필요는 없어졌다.
대형마트는 그 수가 점차 줄어들며, 기존의 판매 공간은 협소해졌다.
일부 매장의 경우, 온라인 배송 거점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마트는
쇼핑과 체험이 결합된 공간으로 변신하거나 프리미엄 마켓 등
새로운 유통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6. 공간의 진화, 대형마트의 현재와 미래는?
대형마트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의미는 달라졌습니다.
가족과 함께 쇼핑을 하는 공간에서 쇼핑+체험+교육+여가 등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변화는 단순한 유통 체계나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살아가는 공간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나는 도시건축공간을 산책하고 변화의 과정을 기록하며 그 의미를 계속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나는 공간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