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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원

by 리박 팔사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입니다.


1. 어린이대공원


내가 처음 만난 공원은 어린이대공원이었다.

커다란 동물들, 기차 모양의 열차, 팝콘 냄새가 가득한 거리.

“우와아~!” 소리를 얼마나 질렀는지, 엄마는 사진보다 그 소리를 더 기억하신다.


그 시절 어린이대공원은 우리 집의 ‘여행지’였다.

놀이기구 하나 타려면 줄을 서야 했고, 그 기다림마저도 즐거웠다.

공원이란 ‘놀이의 천국’이자, 특별한 날에만 갈 수 있는 축제의 무대였다.


2. 근린공원


조금 더 크고 나니 공원은 더 가까워졌다.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동네 공원.

학교 끝나면 자전거 타고 돌고,

주말엔 엄마가 치킨과 삶은 계란을 싸서 들고 가던 그곳.


근린공원은 가족의 휴식처이자, 동네 사람들과 어깨 부딪히며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할머니들은 그늘 아래서 쉬고 할아버지둘은 바둑을 두고, 아이들은 놀이터를 점령했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아저씨들은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인사를 건넸다.


이 공원에서 나는 ‘우리 동네’라는 말을 처음 실감했다.

공원은 사람을 모으고, 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묘한 힘이 있다.


3. 자연형 공원


어른이 되고, 새로운 동네에서 살아보면서 나는

한강 등과 같은 공원들을 만나게 됐다.

와, 이게 공원이야? 싶을 만큼 넓고, 자연스럽고, 심지어 멋지다.


이런 공원은 잘 꾸며진 정원보다 훨씬 편하다.

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라고, 이름 모를 꽃이 계절마다 피고 진다.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거나, 이어폰 꽂고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예전 공원들이 사람을 중심에 뒀다면,

요즘 공원은 사람과 자연을 함께 놓는다.

숨 쉬는 도시, 걷는 도시, 살아 있는 도시를 보여주는 멋진 예다.


4. 미래의 도시 공원


가끔 상상해본다.

공원에 들어서면 AI가 “오늘 기분은 어때요?“라고 묻고,

내 표정을 인식해 밝은 조명과 재즈 음악을 틀어주는 그런 미래.


조금 피곤한 날이면 조용한 산책로를,

기분 좋은 날엔 꽃이 가득한 길을 추천해주고,

걷는 동안 내 건강 데이터도 기록해주는 공원.

어때, 멋지지 않나?


공원은 점점 더 똑똑해질 테고,

그만큼 사람들의 감정과 리듬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머무는 곳’에서 ‘교감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5. 결론: 도시 공원, 나의 삶과 함께


공원은 내가 자라는 동안 늘 내 옆에 있었다.

놀이터에서 뛰놀던 아이였을 때도,

혼자 산책하던 청춘일 때도,

앞으로 누군가와 함께 걸을 미래의 나에게도.


도시는 복잡하고 바쁘지만,

공원이라는 공간 덕분에

나는 멈출 수 있었고, 숨 쉴 수 있었고, 다시 나아갈 수 있었다.


한편, 도시가 아름다워지려면

더 멋진 건물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좋은 공원 하나면 충분한 것 같다.


여러분이 느끼는 도시 공원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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