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지 못하면 어찌하겠느냐

(마음의 리프트)

by 뭉클

마음이 심란하다.
변하는 것들이 섭섭하고, 변하는 것들이 두렵다.
변하는 것들을 변함없이 대할 자신이 없고,
변하는 것들과 이별할 배짱을 부려보기도 어렵다.

온전히 옳은 것도, 완벽하게 틀린 것도 없다.
그걸 너무 잘 아는 탓에 삶은 더 우왕좌왕이다.

무엇이든 후회는 남을 것이고,
그럼에도 우리는 선택해야만 한다.
선택의 기로가 숙명처럼 우리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뒤돌아갈 수 없으니, 결국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온전하지 않더라도, 조금은 더 나은 쪽을 향해 걸어야 한다.

그럴 때 나는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을 다시 펼친다.

명예를 지키며 죽을 것인가,
치욕을 안고 살아남을 것인가.

김상헌도, 최명길도 선택할 수 없었던 그 지점.
그 딜레마는 전쟁터에만 있는 게 아니다.
보잘것없는 내 삶 속에서도
숱한 고민들이 바람처럼 일어났다 사라지곤 한다.

관계와 욕망, 이해와 오해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결정을 강요당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엇도 될 수 없어 방황한다.

“버티지 못하면 어찌하겠느냐.
버티면 버티어지는 것이고,
버티지 않으면 버티어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
— 김훈, <남한산성>


“죽음을 받아들이는 힘으로 삶을 열어나가는 것이다.
아침이 오고 봄이 오듯이
성 밖에서 성안으로 들어왔듯,
성안에서 성 밖 세상으로 나아가는 일이 어찌 없겠느냐.”
— 김훈, <남한산성>


김상헌의 독백처럼,
버티지 못하는 시간도, 버티어지는 시간도 없다.
그러므로 삶은 견디어지는 것이며,
결국 견디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한숨을 삼키며 일어나고,
있는 힘을 다해 하루의 자맥질을 시작한다.
그리고 먼지 묻은 몸을 털고 누워
다시 일어설 힘을 모은다.

누구 하나 다를 것 없는 인생.
적어도 헝클어뜨리지 않으려
매일매일 의미와 힘을 담아
그저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다른 수가 있나.
그저, 버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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