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난로와 천장 세척 이야기
연구실 가운데에는 오래된 기름 난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겨울 방학 때 이면, 중앙에서 난방이 되지 않아서 이 녀석이 우리의 생명줄이었다.
주유소에서 등유를 사 와 채워 불을 지피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게 해 준 고마운 난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난로는 '따뜻함의 화신'에서 '연기의 괴물'로 변해갔다.
“컥컥, 또 연기야!”
어느 날 또다시 까만 연기가 펑 뿜어져 나왔다.
연구실은 순식간에 스모그 도시가 되었고, 우리 모두 콜록대었다.
이 난로는 9살이라는 나이를 먹고 노화의 정점에 있었다.
연기가 뿜어질 때마다 우리는 난로를 뜯어 청소하고 조립하며 임시방편으로 연명했지만,
결국에는 난로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작별의 검은 연기'를 토해냈다.
“또 죽었어?!”
결국 교수님이 선언하셨다.
“이제 이 녀석은 보내 주도록 하자!”
난로는 떠났지만, 그 잔재는 끔찍했다.
하얀 석고 보드 천장은 난로가 남긴 검은 연기로 시커멓게 변해 버렸던 것이었다.
우리는 걸레를 들고 닦기 시작했다.
“안 돼... 더 시커메졌어!”
기름때라 물걸레는 효과가 없었고,
주방 세제를 묻혀 사용해 봤지만 얼굴과 몸에 기름때가 엄청 떨어졌고,
바닥은 검은 땟국물이 강을 이루었다.
더구나 목을 뒤로 겪어서 천정을 닦으니 뒷목이 너무 아팠다.
그때 누군가 결연하게 외쳤다.
“천장을 뜯어내자!”
우리는 즉시 역할을 나누어 팀을 결성했다.
* 해체 전문가 팀: 나사를 풀어 천장 석고 보드를 떼어냈다.
* 세척 용사 팀: 화장실에서 수세미와 식기 세척제로 기름때를 박박 문질렀다.
* 헹굼 & 건조 팀: 보드를 헹군 뒤 드라이어로 바짝 말렸다.
* 조립 마스터 팀: 보드를 다시 천장에 고정했다.
식기 세척제는 기름과의 전쟁에서 우리의 비장의 무기였다.
깨끗해진 석고보드는 마치 스파 데이를 끝낸 듯 빛을 반짝였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깨끗해진 천장을 바라보며 다 같이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와... 이제야 사람 사는 곳 같네!”
비록 나사를 풀어내며 고개를 꺾었던 탓에 며칠간 뒷목이 뻐근했지만,
우리는 깨끗한 천장 아래에서 따뜻한 새로운 난로와 함께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새로운 난로는 말없이 따뜻한 바람을 불어왔다.
우리나라도 빨리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