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텔레비전이 우리 집에 처음 들어온 이야기를 할까 해요.
제가 TV를 직접 처음 본 것은 1969년이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동네 형들을 따라 산을 두 개나 넘어서,
또 들을 가로질러서,
다른 동네로 가서
아폴로 11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내리는 장면을 본 거죠.
그제야 알았어요.
‘아, TV라는 게 저렇게 생겼구나!’
당시 그 물건은 집 한 채 값이라 우리 동네는 한 대도 없었어요.
그래서 타 동네로 원정 구경을 간 거죠.
그렇다고 우리가 시골에 살고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대구 정도면 대도시인데도요.
70년대 들어서니까 우리 동네도 하나둘, 부잣집 중심으로 들어오더라고요.
그래도 대부분 언감생심이었지요.
TV를 정말 보고 싶으면
만화 가게 가서 돈을 주고 보거나
잘사는 친척 집에 가서 눈치껏 봐야 했지요.
무슨 큰 볼거리가 있는 날이 되면
TV 있는 집은 문전성시를 이뤘댔죠.
인심 좋은 사람은 TV를 대청마루에 꺼내 놓고
극장처럼 관람하게 해 주곤 했고요.
‘아, 우리 집에도 TV가 있었으면 좋겠다. ’
TV가 없어서 겪어야 할 애환도 참 많았어요.
저도 저지만 나보다 한참 어린 두 동생은 불쌍할 지경이었죠.
고모네 집에 TV가 있었는데
그 집 식구가 잘 때까지 애들이 안 나와,
가끔은 끌어내야 하기도 했죠.
물론 고모님이야 괜찮다 괜찮다 하시지만 어디 그렇습니까?
나야 고학년이라 적당한 눈치가 생겼지만,
코흘리개 두 동생은 고모님네에서 잠들어 버릴 때도 있었고요.
그럴 때면 어머니가 오셔서 업고 나와야 했어요.
그러니
TV 때문에 얼마나 마음 아플 일이 많으셨겠습니까.
그러던 어느 날!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5학년 때, 12살, 1972년 여름이었어요. 토요일이었던가.
밖에서 놀다가 배가 고파져 집에 왔는데 누나가 그랬어요.
“우리 집에 TV가 들어왔어!”
“무슨 거짓말을 진짜처럼 하냐!”
어머니, 아버지께서 깜짝쇼를 하신 겁니다.
아마도 가난한 살림에 여러 날 고민하셨을 겁니다.
‘저것들을 어쩌면 좋아…….’
집 한 채 값.
마침내 결단하신 거죠!
당시 우리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는데
우리를 위해 결단을 해 주신 어머니, 아버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마루에 들어서는 순간, 내 눈앞에 진짜 TV가 있었어요!
“와~!!”
얼마나 좋은지 소리를 냅다 질렀어요.
너무 좋아서 안방까지 춤을 추며 들어갔다나~ 어쨌다나~.
쓰러질 뻔했대요.
흑백TV, 19인치.
어머니 외출 시 브라운관 앞의 문을 열쇠로 잠글 수 있는 TV.
단박에!
전 동네의 인기쟁이가 되었어요.
제게 TV 시청권이라는 놈이 쥐어져 있었으니까요.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사족을 아주 길~~게 빼서요.
귀를 바짝 세우고, 여론을 듣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