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살다 보니
까마득한 곳까지 와 버렸다.
올림픽을 지나 서울 월드컵을 지나
소리 지르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새로운 세기를 맞았고
아등바등 살다 보니
어느덧 사반세기가 흘렀다.
뒤돌아보니 아득하기만 하다.
‘이렇게나 와 버렸나.’
‘살았다’기보다는 ‘살아졌다’는 말이 더 솔직하다.
그래 맞다. 살아졌다.
어차피 살아질 인생, 뭘 그리 뾰족하게 굴며 허둥댔을까.
맞다. 앞으로도 살아질 것인데.
지금처럼 살 것인가.
앞으로 세월은 다르게 살아야겠다.
더 낮은 곳에 발을 딛고
더 너그럽게, 더 여유 있게 살아야겠다.
가다가 힘들면 잠시 멈춰 찬물 한 모금 마시고
고개 들어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
헛기침 한번 하면은
훨씬 편하지 않겠는가.
세상사, 죽자사자 따져서 무엇할까.
아는 체, 모르는 체
둥글둥글 살아가면 좋지 않겠나.
천천히 가도 살아진다.
답답한 세상이다.
우울, 강박, 불안, 공황…….
자고 일어나면 또 새로운 병명이 생긴다.
예전엔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마음의 병들이다.
거리에서, 찻집에서, 직장에서.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은 곳에서
수없이 스러진다.
신문을 펼치기도 두렵다.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여유를 잃어버린 탓이다.
어차피 살아질 인생, 쉬엄쉬엄 가자.
여유를 찾자.
다시 아득한 곳에서 뒤돌아봤을 때,
‘아~ 잘 살아졌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