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房에서)
봄에 눈이 왔다. 게다가 또 춥기까지 하다.
오리털 파카를 다시 꺼내입고 밖을 나선다.
뉴스, SNS가 아우성이다.
봄 타령이 한창이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한다.
잔정이 많은 한 예술가 친구는
멋진 눈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창밖을 보며 라떼를 마신단다.
친구를 따라 나는 봉지 커피를 마신다.
‘이것도 괜찮네!’
창밖으로 하얗게 눈 내린 워커힐이 보인다.
꽤 멋지다.
아주 잠시 이상한(?) 공상을 해 본다.
이대로 다시 겨울이 온다면?
바로 혼자서 피식 웃는다. 절대 그럴 리가 없지.
3월의 눈도 제법 근사하다.
대자연 속에서 우리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설령 계절이 뒤죽박죽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설령 지구가 태양계에서 떨어져 나간다 해도 우리는 바라만 봐야 한다.
대자연에 속해 있는 작은 존재일 뿐 아니겠는가.
그렇다. 순응하고 따르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너무 우리 자신이 작아지는 것 같다.
그렇지만 말이다.
비록 작은 존재에도 각자의 소우주가 있고 그것들은 소중하다.
대자연 속에서, 광대무변한 대우주 속에서,
우리의 소우주 또한 소중한 존재다.
대우주와 더불어 우리의 소우주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일.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할 일이다.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친구는 라떼를 마시고
내가 워커힐을 바라보며 봉지 커피를 마시는 일,
대우주와 소우주가 만드는 멋진 하모니.
알지 않는가.
그래도 봄은 이미 와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