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외가 쪽 친척 결혼식에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외사촌 여동생 며느리 보는 행사였다.
사실 여동생과는 고등학교 다닐 때
잠깐 본 이후 전혀 만난 적이 없었다.
축의금만 보내고 말까, 잠시 망설였지만,
노모의 체면도 있고, 직접 와달라는 당부가
마음에 걸려 결국 참석하기로 했다.
일찍 도착한 식장.
가장 큰 난관은 내가
혼주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이다.
10대 시절 잠깐 본 것이 전부인데
40여 년이 지난 지금 와서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
신랑 측, 신부 측 혼주가 나란히 서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저쪽 같다.’
나의 촉을 믿고 한쪽을 찍어 성큼 인사를 건넸다.
“축하해, 너, 나 모르겠니?”
당연히 그쪽도 몰라보는 눈치였다.
“누구?”
“몰라보는 게 당연해, 외사촌 오빠 아무개야!”
“죄송해요,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한참을 엇박자 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혹시 저쪽 아니신가요?”
아뿔싸.
그러고 나서 다른 한쪽을 쳐다보니
어머니와 똑 닮은 초로의 여인이 환하게 웃고 서 있었다.
“아이코, 죄송합니다.”
얼른 자리를 옮겨 다시 인사를 시작했다.
열심히 축복을 해주고,
축의금을 전하고 맛있는 밥 먹고 돌아왔다.
집에 오는 길에 자꾸만 웃음이 새 나왔다.
조금 더 신중하게 찬찬히 살폈으면
이런 해프닝은 없었을 텐데.
하지만 웃을 일 없는 잔잔한 토요일 오후
실수는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저녁 무렵, 사촌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와줘서 고마웠어!”
또 실실 웃음이 새 나온다.
나중에 만나서 차나 한잔해야겠다.
함께 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