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닳도록, 쉬지 않고 필드를 누볐지만
성과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자질이 없나?”
“뭐가 잘못되었지?”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도 떨어지고 불안감만 쌓여 갔다.
하숙집에 함께 생활하고 있던
나종순 대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 대리는 전주 사람인데 갑작스런 본사 발령으로
잠시 하숙을 하고 있던 5년 선배였다.
“어쩌면 좋을까요?”
나 대리는 조용히 물었다.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자세히 말해 봐.”
“동서남북 담당구역을 쉬지 않고,
남들보다 두 배 이상 다니고 있습니다!”
나 대리의 말로는
그렇게 대중 없이 다니면 안 된단다.
서대문, 은평, 마포, 용산,
담당구역을 바둑판처럼 쪼개란다.
우선 쪼개 놓고 매일 하나씩 집중적으로 다니고
다시 다니기를 반복하란다.
그제야 머릿속이 번쩍 뜨이며,
지금껏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움직였는지 깨달았다.
“감사합니다.”를 크게 외치고
다음 날부터 조언대로 실천했다.
아~ 과연!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니까 조금씩 반응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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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농사와 같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우선 만나고 목적을 알아차리게 하고
정을 쌓고 결과를 가다리는 과정을
끈기 있게 반복해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활동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데스크에서 짠 계획도 중요하지만
필드에서 순간순간 대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필드 능력은 하루아침에 배양되는 게 아니다.
활동량과 비례한다.
많은 활동이 필요하다.
결과가 생각보다 덜 나오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런 일을 빈틈없이 끈기 있게 하다보면
결과는 선물처럼 찾아온다.
신입 시절에는 이런 것들을 몰랐다.
불안감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도망 가버리는
수많은 동료, 친구들이 수두룩했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될 뻔 하지 않았던가.
순간순간 도망가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렸으니.
계획을 세우고 활동하고 수정하고.
남들보다 많이 하면 격차는 반드시 벌어진다.
바로 내가 살아있는 증인이다.
학교 다닐 때,
변변한 아르바이트 한 번 해보지 못한 내가
필드 첫 해,
전국의 동료, 선배를 제치고
거래처 신규 개척 왕이 되었다.
무려 70여개 처.
비슷하게 쫓아온 경쟁자도 없었다.
신규만은
활동량과 비례하므로 요령 없는 신입이 유리하다.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불운한 이가
1987년 말에는
동료,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나 많이 무시당하고 동정을 받았던가.
최악의 여건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그해 목표였는데
나는 살아남았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졸병이라서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자신감 충만! 이 뿌듯함을 무기로
‘이제부터는 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