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아기였을 때,
자주 불러주던 자장가가 여럿 있었다.
‘섬 집 아기’, ‘기찻길 옆 오막살이’,
‘엄마야 누나야’, ‘꽃밭에서’, ‘반달’, ‘과꽃’ 등등.
이들 노래를 들으며 아이들은 잘도 잠들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러보고, 들어봤으리라.
노래 부르며 가끔 물어봤다.
“어떤 느낌이야?”
“아빠, 좀 슬퍼.”
“아빠도 그러네. 좀 슬프네.”
그렇다.
이 노래들엔 우리네 아픈 역사가 스며 있어 조금 슬프다.
좋은 노래지만 말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식민지 시절과 전쟁을 겪으며
이 땅의 사람들은 무척이나 힘든 세월을 살아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였으니까.
조금 덜 슬픈 노래는 없을까.
그래서 찾아낸 노래가
박홍근 작사, 윤용하 작곡 ‘나뭇잎 배’다.
가사도, 운율도 자장가로 적당한 좋은 노래였다.
-----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 논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 살랑 바람에 소곤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
작사가 박홍근 선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동 문학가이시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신
따스한 동시 작가였다.
1955년, 전쟁이 끝나고 피난 갔다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온
지친 아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나뭇잎 배’다.
홀로 연못에서 놀다 돌아와
아련한 엄마 냄새를 맡으며 잠들며
문득 떠오른 두고 온 나뭇잎 배 생각.
‘나뭇잎 배는 혼자서 이 밤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내가 떠나고 없어도
푸른 달과 흰 구름과 바람과 낙엽을 친구 삼아
잘 보내고 있겠지.
아침 해가 뜨면 다시 나와 놀자.’
이런 생각을 하며 행복하게 잠들지 않았을까.
한 세상 살면서 행복한 기억은 많고 많겠지만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꿈나라로 보낼 때만큼
행복한 기억도 별로 없을 것이다.
돌아보니 참 행복한 시절이었다.
이제 서른이 훌쩍 넘은 아이들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녀석들을 붙잡아
그 시절 자장가를 다시 불러줄 수는 없을까.
아마 질겁하며 도망치겠지.’
세월은 무심히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