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의 인도 말이 “比丘(비구)”라고 들었다.
비구는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은 수행자다.
성스러운 구도자에게 시주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乞士(걸사)로 존중했고, 누구도 얕보지 않았다.
그들은 고객이 복을 짓게 도와주고
대등한 위치에서 고객과 거래를 할 뿐이었다.
거지란 본래 그런 존재였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원효 스님도 거지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중생의 곁으로 다가가,
삶의 근원으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어주셨다.
누가 봐도 당당한 거래였다.
옛날 각설이 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밥을 얻는 대가로 고객들에게
깡통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노래를 불러주고
간혹 소설 대목도 흥얼거려 준다.
비록 행색은 초라했지만
의관을 갖추고, 예를 갖춰 주인을 불렀고
나름의 품격과 절제를 지니고 있었으며
고객의 형편마저도 헤아릴 줄 알았다.
바로
禮意廉恥를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禮意廉恥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
이런 말씀은 우리 어릴 때 웃어른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다.
사람이 아니라면 뭘까,
짐승이라는 말이다.
죄를 짓고도 서푼 가진 권력으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뻔뻔스런 권력자,
막말을 일삼는 국회의원,
황금만능에 물든 수많은 잡인들,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 조롱받는 세태,
말 그대로 몬도가네(Mondo cane) 세상이다.
요즘 부자나 고관대작들 중에는
거지는커녕 거지발싸개보다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래가지고서야 옛날보다 잘 살게 되었다고
고개를 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로만 올라가면 장땡이라는 思考가
세상을 지배하는 나라,
이 나라의 미래가 과연 있겠는가.
비록, 못살고 힘없는 시대였지만
君君臣臣父父子子했던 옛날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