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미 소리 들으며

by 신화창조

바야흐로 매미의 계절이다.

동쪽으로 가나 서쪽으로 가나 나무만 있으면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요란하게 울어 댄다.

내일모레가 처서라는데 아마도 가을이 올 때까지

한동안 시끄러울 것 같다.


쉴새 없이 요란하게 울어대지만,

그 소리가 마냥 싫지만은 않은 것은 왜일까.

옛날 옛적부터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동무 소리 같아서.

정취가 가득 하니까.


매미는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곤충이다.

농작물을 해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또한, 옛말에 매미는 五德을 갖추고 있는 곤충이라고 했다.


오덕이란,

문(文)·청(淸)·염(廉)·검(儉)·신(信)이다.

두 줄로 뻗은 입은 선비의 늘어진 갓끈을 닮아 '학문'을 뜻하며,

평생 깨끗한 수액만 먹고 살기에 '맑음'이 있으며,

곡식과 채소를 해치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집을 짓지 않으니 ‘검소함’을 갖추었고,

겨울이 오기 전에 때맞춰 죽을 줄 아니 '신의'가 있다고 했다.

사람이 이 정도라면

가히 도인의 반열에 올려놔도 무방할 듯하다.


조선 시대 임금님이 정사를 볼 때

쓰고 계시던 모자를 익선관이라고 부른다.

翼善冠, 또는 翼蟬冠,

착한 날개 모자, 매미 날개 모자.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은

매미의 오덕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임금뿐 아니라 다음번 임금이 될 세자도

위로 솟은 매미의 날개 모자를 썼다 하니

조선의 군주는 지독히도 매미를 좋아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임금, 세자뿐만 아니라

문무백관도 매미 날개 모자를 쓰고 업무를 봤네!

물론 신분이 달라 옆으로 누운 날개지만 말이다.


무릇 백성을 돌보는 지도자라면

친구처럼 다정하고 오덕을 갖춘 매미를 닮아야 할 텐데.


아쉽고 애석한 마음이 드는 건, 어디 나뿐일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웃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