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최초로 가을이 언급되는 절기는 13번째 立秋 절기다.
그러나 가을에 들어선다는 단어의 뜻만큼 가을에 대한 감흥은 별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입추 후에 말복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더위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입추의 다음 절기인 處暑가 지나야 비로소,
‘아, 곧 가을이 오겠구나.’
조금씩 가을을 짐작하게 된다.
24절기가 농사 중심으로 구획 지었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 앞서간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디 나 혼자뿐일까.
입추든 처서든 곧 수확을 앞두고 있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농작물 관리 잘하라는
주의환기 차원이라고 해석해 주면 되겠다.
입추, 처서 때는 비가 조금 덜 와 주면
곡식이 제대로 무르익을 일조량이 확보되는데
올해는 이렇게 비가 많이 오니 농사짓는 분들은 걱정이 많겠다.
그렇다.
봄부터 이어진 산불과 비로 한 해 농사가 쉽지 않다.
이 변화무쌍한 계절 앞에서 괜스레 마음이 바빠진다.
모쪼록 지금부터라도 물 관리 잘해서 가을이 풍성했으면 좋겠다.
처서가 지나면 이제 바야흐로 가을이다.
가을은 늘 그렇듯,
뭇 시인, 작가들을 어지럽게 만드는 계절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올 가을, 또 얼마나 끙끙 앓으며 보내게 될까.
處暑를 앞에 두고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그래.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