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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지는 저녁

일곱 집을 돌아오는 길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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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도를 얻을 무렵,

불교는 작은 종교에 불과했다.

당시 인도 사회의 지배 종교는 브라만교였다.

불교는 틀에 박힌 계급적 관념에 저항해

자유 수행을 기반으로 막 탄생한 종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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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마가다국에 머물며,

어느 마을에 탁발 걸식을 나갔을 때 겪은 이야기다.

걸식을 청하며 문 앞에 서있는 부처님을 보고 집 주인이 물었다.


“수행자여, 당신도 우리처럼

스스로 양식을 만들어 살면 어떻겠소?”


스님들이 일하지 않고 수행만 하며

걸식하는 것을 비꼬아 하는 소리였다.


“옳은 말이오. 나도 밭을 갈아 먹을 것을 얻소.”


그러나 주인은 스님들이 농사를 짓는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수행자여, 누구도 당신이 밭을 가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소.

당신의 밭은 어디에 있소?”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게송으로 답했다.

“믿음은 내가 뿌리는 씨, 지혜는 나의 농기구,

나는 몸과 마음에서 惡業을 제어하나니

그것이 밭을 일구는 것,

나는 매일 정진하니, 편안한 경지에 이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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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절에 솥을 걸지 말라고 하시며

걸식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모든 제자는,

하루 두 끼를 오직 걸식으로 해결하고 수행에 집중하라고 했다.


걸식은 하루 일곱 집에서만 행해야 하며

발우를 챙겨들고 의젓하고 당당해야 한다.

언제나,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될 때만 음식을 담아주오.”

라고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일곱 집을 돌기 전에 음식이 차면 더 안 갈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갈 수가 없다.

걸식하지 못한 날은 굶어야 한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음식을 얻지 못한 날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마구니를 만났다.


“수행자여, 음식을 얻었는가?”

“얻지 못했다.”

“그러면, 마을로 돌아가라. 공양을 얻도록 해 주겠다.”


부처님께서 거절하며 게송으로 답했다.


“음식은 비록 얻지 못했지만, 보아라,

우리는 즐겁게 사나니 기쁨을 음식 삼아 살아간단다.”


마구니는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니

유혹도 스스로 물리쳐야 한단다.

부처님께서 마음 속 마구니를 스스로 물리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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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일곱 집을 다 돌고,

수행 처로 돌아오는 부처님 모습은 아닐까.


탁발 발우에 담긴 것이 내게 과연 중요한 것일까.

무엇이, 얼마나 들어있을지라도

나는 만족하고 즐거워하며 기쁨을 음식으로 삼아 살아가는가.


생각이 많아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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