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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간 아이들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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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타임머신이 있어서 50~60년 전 아이들을 2025년으로 데려올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도 못 했던 놀잇거리에 얼마나 놀랄까.

다시 돌아가기 싫어하지 않을까.

각종 오락기구에, 넘쳐나는 먹을거리에, 영화관 같은 큰 텔레비전에, 컴퓨터에….

없는 게 없다.

집 밖에 나가 놀 이유가 없을 것이다.


거꾸로 요즘 아이들이 옛날로 가면 또 어떨까.

좁은 집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놀 거리도 없고,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곤 먹거리를 구하기 어렵다.

삶에 지친 어른들은 나가서 놀라고 소리칠 뿐이다.

밖으로 나온다고 해서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아이가 몰려나왔으니 학교 운동장이나 골목마다 아이들로 넘쳐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간 아이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이런 것들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것들도 상당한 기술을 요구한다.

여자애들 고무줄놀이는 어떤가.

거의 묘기 대행진 수준이다.

그런 것들을 가르쳐주는 학원도 없다.

오직 스스로 익혀야 한다.

게다가 같이 놀아줄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과 바닥이 들어 날 정도로 놀아본 적이 없는

2025년 어린이는 수줍음을 극복하고 과연 함께 놀아줄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

아니 말이라도 붙여볼 수 있을까.

절망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간 2025년 어린이는 갈 곳이 없다.

옛날 애들은 어디서 그런 기술을 익혔을까.


또래 집단!

그렇다. 또래 집단이다.

또래 집단에 참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이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밖에서 논다.

한가지 놀이만 하는 게 아니다.

늘 해 왔던 놀이도 하겠지만 기상천외한 놀이를 개발해 놀기도 한다.

언덕을 타고 기어오르기도 하고 두더지처럼 땅을 파기도 한다.


그렇게 새로운 놀이를 만들면서 창조성을 개발한다.

아이들은 또래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참을성과 인내심을 배우고 공감 능력을 키우기도 한다.

바깥으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이 저마다 자기주장만 한다면 집단이 형성될까.

아이들도 스스로 안다.

또래 집단이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 모레도 놀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참고 양보하고 남을 말을 잘 듣는다.

또래 집단을 만들어 본 적 없는 2025년 어린이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아마 하루빨리 그 시대를 떠나고 싶을 것이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된다.

공감하고 이해하고 양보하고 기다릴 줄 알고,

창조적 생각을 잘 하는 어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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