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즐거움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다른 사람과 삶을 공유하고 나누는 길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독서만 한 것이 없다.
아무리 유익해도 마음에서 우러나 즐기지 못하면 오래 갈 수 없다.
독서는 특히 그렇다.
독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참고 견디며 읽어나가 어느 수준이 지나고 나서야 그 즐거움을 알게 된다.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대부분 이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기 때문이다.
만 가지 이유는 그냥 변명일 뿐이다.
어렵고 힘들어도 조금씩 앞으로 나가야 한다.
내가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책을 읽으려면 책 읽기가 즐거워야 한다.
평생 해온 독서지만 그때그때 환경과 처지에 따라서 독서법은 변해왔다.
한창 일을 많이 하던 시절에는 독서 할 시간이 없어서 주로 지하철 이동 시간을 이용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에너지가 부족했다.
누구를 의식하지 않아도 좋은 나만의 자유 시간, 지하철이 제일이었다.
독서를 위해서 일부러 지하철을 이용했다.
출퇴근 두 시간이 그렇게 ‘즐겁게’ 사용되었다.
이동할 일이 줄어든 반 은퇴 상태의 요즘은 다른 방법으로 책을 읽는다.
반 은퇴 상태라고 하지만 시간이 무진장 많아진 것이 아닌 만큼
(돈이 안 되는 일이지만 다른 루틴으로 삶을 채워놨으니)
구석구석 책 읽는 시간을 만들어 놔야 한다.
잠깐 소개해 보자.
아침에 눈 뜨자마자 20~30분 숙제처럼 책을 읽는다.
책으로 잠을 깨운다.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는다.
화장실 독서는 10분을 넘기기 어렵다. 어려운 책은 힘들다. 가벼운 책 위주다.
아예 화장실용 책을 따로 비치해 둔다.
우습게 보지 마라.
화장실에서만 한 달에 한두 권쯤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점심 먹고 30분,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이 정도는 매일매일 루틴이다.
그 외에 발동이 걸리면 시도 때도 없이 책을 읽는다.
아무래도 어렵고 학문적인 책은 작정하고 읽어야 한다.
진수의 삼국지정사본, 신채호 선생 조선 상고사, 상고 문화사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벼르고 별러야 한다.
요즘은 독서뿐 아니라 쓰기에도 관심이 많다.
쉽지 않다.
수십 년 책을 읽어 왔지만, 독서법에 문제가 있었는지 문장이 치졸하다.
너무 재미에 치중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반성한다.
하지만 어쩌랴. 재미가 없으면 중단해 버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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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이번 가을엔 다른 루틴을 줄여서라도 책을 읽어야겠다.
단재(丹齋) 할아버지에게 미안해서라도,
책장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조선 상고사를 꺼내,
이번 가을 낙엽이 다 지기 전에 읽고야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