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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위해 달린다(생존 달리기)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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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시작한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그렇다고 선수가 된 것도, 될 생각도 없었다.

그 방면에 재주도 없다.

사십대 중반에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점점 몸이 뚱뚱해지고 각종 건강지수에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곧 죽겠다.’


직업상 술도 많이 먹어야 했다.

때마다 회사 신체검사를 피해 다니기도 지쳤다.


살길을 찾아서 무작정 달렸다.


뭘 하나 붙잡으면 좋든 싫든 생각 없이 쭉 하는 성격도 분명 한몫했다.

살기위해서 하는 만큼 재미가 없어도 계속 했다.

밤마다 미친놈처럼 동네 공원을 뛰어다녔다.

딱히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손해 볼 일도 없었다.

달리기만큼 싼 운동이 어디있으랴.


처음엔 뛰다 걷기를 반복했다. 저질 체력 때문에.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아 몸에 탈이 나기 시작했다.

무릎, 허벅지, 종아리가 아픈 건 이해가 되는데 어깨나 허리에 문제가 생기는 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했다.

병이 나서 죽으나, 달리다 죽으나 그게 그거라는 똥배짱으로.

결과적으로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나는 아직도 생존해 있다.

성공.


처음의 달리기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일단 시작은 했으나 매일이 고역이었다.

그런데 날짜가 거듭될수록 재미가 있었다. 성취감도 생겼다.

이만큼 달렸네, 기록이 이만큼이네, 이런 것들이 재미를 쌓는데 도움을 주었다.

집에서 나와 막 뛰기 시작할 땐 정말 하기 싫은 게 바로 달리기다.

숨도 차고 다리도 아프고, 긴 시간을 지루하게 달려야 하는 그날의 과정이 막막했다.

그러나 거듭 날이 쌓여갈수록 경험도 함께 쌓인다.


괴로움은 20분이다.

20분 무렵이면 몸이 데워져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 때쯤 숨도 골라지고, 허벅지나 종아리의 아픔도 무뎌진다.

30분이 넘어가면 러너스하이를 느낄 때도 있다.

이건 설명 못한다. 스스로 느껴봐야 안다.

음... 이 맛에 달리기를 한다.

언제쯤 내 몸이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는 두렵지 않다.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보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기 몸에 맞는 주법과 숨 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몇 달이 지난 후 모든 건강지수가 좋아졌다.


달리기에도 부작용은 있다.

아직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관절 관리를 잘해야 한단다.

아무래도 관절을 많이 쓰니까.


달리기는 전신운동이다. 허리와 어께, 팔도 쓴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게 달리면 그런 곳도 탈이 난다.

나 역시 어께와 허리를 다쳐 고생한 과정을 거쳐서 몸에 맞는 주법을 찾았다.

여름엔 탈수를 조심해야 한다. 죽을 수도 있다. 염분 섭취가 중요하다.

약국가면 파는 게 있다. 값도 싸다. 뛰기 전에 꼭 섭취해야 한다.

호되게 탈수를 경험하고 나서부터 낮 시간 운동은 철저하게 시간 관리를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재미없는 걸 어떻게 하나?”

모르는 말씀이다. 초기의 고비만 넘기면 달리기만큼 세상에 재미있는 운동은 없다.


명심해야 할 것은,

몇 년이고 꾸준히 할 각오로 할 것. 그것을 목표로 삼을 것.

무리하지 말 것. 다친다.

경쟁하지 말 것. 빨리 달리려고 애쓰지 말 것.

소금 먹을 것. 여름을 견뎌낼 것.

자신에게 맞는 주법을 찾을 것.


누구를 가르칠 생각은 없다.

그저 결의문 같은 내 이야기일 뿐이다.

오해하시지 마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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