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고유한 향기가 있다.
느낌이 좋아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향기도 있고,
고개를 돌리게 하는 불쾌하고 역한 냄새도 있다.
꼭 감각기관으로 느끼는 냄새뿐만 아니라 분위기가 만들어 놓은 냄새도 냄새다.
냄새란 코로만 맡는 것이 아니다.
분위기에서, 사람에게서 나는 품격의 냄새도 있다.
백번을 씻고 향수를 뒤집어써도
패륜의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몇날며칠 자지도, 씻지 못해도 전쟁터 용사에게는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좋고 싫은 냄새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결정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굳이 불쾌하고 나쁜 냄새를 되새겨 무엇 하랴.
마음 깊이 곱게 새긴 좋은 향기를 다시 떠올리며 잠자리에 드는 것도 행복한 일이겠다.
이제 갓 세상 밖에 나온 아기에게서 나는 젖내, 배냇냄새.
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련하고 행복한 모정을 느끼리라.
빨랫줄에서 갓 걷어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를 아는가.
계면활성제와 비누 향이 뒤섞인 새물내,
하루를 산뜻하게 여는 냄새다.
첫사랑 여인의 머리칼 냄새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
장미꽃 향기를 닮았다.
그 밖에도 가을 단풍냄새, 풀냄새, 깊은 산속에서 느끼는 아련한 나무 냄새도 잊을 수 없다.
안개 자욱한 새벽 병영에서 나는 짬밥 냄새도 그립다.
등 뒤에서 막걸리 냄새가 난다는 목월 선생의 냄새는 어떤 느낌일까.
매일 막걸리를 마시고 학교에 나오시던 도광의 선생님 냄새와 비슷할까.
나를 아는 사람은 나의 냄새를 어떻게 기억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기억하든, 이제와 어찌하랴.
오늘밤 좋은 냄새를 떠올리며 고운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