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저녁 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
가을 초입, 물오른 생선 요리가 구미에 당겨 생선을 싫어하는 아내를 꼬드겨 어렵게 들른 것이다.
방어회가 있다!
제철을 맞이해서 가격도 싸고 좋아 보였으나 유감스럽게도 양이 너무 많다.
큰 접시 한 가득씩 포장해서 팔았는데 그 많은 양을 혼자서 먹기엔 버거워 보인다.
회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제철 방어는 예외다.
예전 내 별명은 ‘빨간 고기’였다.
회를 못 먹는다고 동료들이 지어준 별명이었다.
나만 끼면 횟집을 못 간다고 빈정거리며 지어준.
그런데 몇 해 전에 제주도에서 방어를 만났는데, 웬일로 이게 먹어지는 것이었다.
특히 뱃살 부위는 언터처블, 달고 고소했다.
세상에....
이런 회도 다 있나 싶었다.
- 11월 방어, 강력 추천한다. -
아무리 그래도 몇 점 정도면 충분한데, 저만큼은 무리다. 다음을 기약하자. 포기.
그래도 생선이 너무 먹고 싶었다.
매운탕이 있다! 매운탕 좋다.
대부분의 매운탕은 다 좋아한다만 민물 쪽으로는 잡어 매운탕, 바다 쪽으론 우럭 매운탕이 특히 좋다.
미나리 팍팍 넣고!
먹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너무 먹어 고생을 하곤 하지만 치명적인 유혹에 넘어가 늘 과식을 하고 만다.
다만, 아내가 생선탕이 별로여서 먹을 기회가 자주 없다.
이상하게도 추어탕은 환장하게 잘 먹으면서 왜 매운탕은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억지로 꽤서 어죽을 먹여봤는데 별로란다.
싫은 걸 억지로 먹이면 직빵으로 체를 해버리니 억지로 권할 수도 없다.
아내는 종종 체를 한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 없다고 하는데 자꾸 그러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싫은 음식을 어떻게 권하겠나.
그냥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팔자려니 한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겨우겨우 통사정해서 우럭 매운탕을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었다.
와~~~
엄청난 양보다!
짐작컨대 지난주에 추어탕을 먹어준 것에 대한 보상인 것 같다.
아무려면 어때.
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행복한 과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화제 먹고 자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