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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화창조 Dec 30. 2024

아침밥

 아침에 제대로 된 밥을 먹어야 하루를 잘 보낼 수 있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거나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그럴 것이다.   

   

 오늘은 나의 아침밥 역사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총각 때는 대체로 아침을 생략하고 살았던 것 같다. 서울에 올라와서 사회 초년병 시절에는 하숙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럭저럭 챙기기도 했으나 자취를 하고부터는 늘 건너뛰고 지냈었다. 귀찮기도 하거니와 당장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점심 먹기까지 늘 허기가 지는 등 밥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다. 그래도 견딜 수 있는 젊음이 있으니 잊고 살았다.  

    

 그렇게 지내다가 서른이 다 되어서 결혼을 했다.

어머니 슬하를 떠나 처음으로 매일 제대로 된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말은 안 했지만 꿈인가 생신가 했다.

매일 아침 새로 지어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혼자 지낼 때, 허겁지겁 우유나 요구르트로 허기나 달래고 지나갔던 아침과 국과 반찬과 갓 지어진 한 그릇 밥의 비교. 비교 자체가 가당치 않다. 그저 왕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40년 가까이, 한 번도 아침밥을 거른 기억이 없다.     

 감사할 일이다.

사실 아침밥을 안 먹다가 먹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된다. 눈뜨고 세수하고 출근해야 하는데, 위장도 잠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제대로 넘어갈 리가 있을까. 처음 한동안에는 몇 수저 못 먹었던 것 같다.

다만 차려준 정성과 일과를 생각해서 억지로 먹는 것이지. 그렇게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위도 적응을 하고 습관이 되면 아침밥도 맛있어진다. 아울러 하루도 활기차게 보낼 수 있고 아침밥을 거르는 라이벌 녀석들도 이길 수 있어진다.     

 이렇게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를 장광설로 늘어놓는 이유는 감사라는 한마디를 하고 싶어서다.

매일 같이 새 밥을 지어 40년 가까이 웃는 얼굴로 차려준 나의 마나님께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하고 싶어서.

부끄럽게도 나는 아직 전기밥솥을 다루는 법을 못 배웠다.

그것은 단지 그녀의 업무라고 여겼던 같다. 가끔 투정도 부린 것 같고. 나쁜 사람.

난 무심하고 못난 사람이다.

 반성한다.

조만간 반드시 배워서 그녀를 위해 아침밥을 지어 보겠다. 40년 가까이 살았으니 잘 알고 있는 그녀가 가장 좋아할 메뉴로 그녀가 여왕이 된 기분이 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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