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끗 차이 -
성격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이 붙어 있다. 예쁘게 수놓은 양말자수도 뒤집으면 지저분하게 보이는 것처럼 성격의 장단 역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비칠 수 있다. 우리의 단점을 뒤집으면 뭐가 나올까?
부정적이다 -> 신중하다, 예민하다 -> 섬세하다, 급하다 -> 추진력 있다, 냉정하다 -> 객관적이다
며칠 전 읽은 <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라는 책의 일부이다.
가만있어보자~
내 성격의 장단도 한 번 생각해 볼까.
남편은 나에게 지나친 이상주의이자 대책 없는 낙관론자라고 한다. 하지만 책 내용대로 시각을 달리해 보면 초긍정적이라 할 수 있고, 일단 덤비고 보는 성격은 기획력과 추진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마음에 드는 해석이다. 쓰고 있는 이 순간 씨익 웃어본다.
이렇게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이 어디 성격뿐이겠나.
나에겐 겨울도 그렇다.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럽고, 바람 쌩쌩 불어 마스크 없이 못 나가며, 아침 공기가 차가워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은 요즘이지만 뒤집어보면
눈이 내려 잠시나마 세상이 하얘지고, 바람 쌩쌩 불어 옆머리 흩날리며 멋들어지게 걸을 수 있으며, 여름과 달리 이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추운 겨울에 감사할 수밖에.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을 얘기하다 고마움까지 왔다.
아 겨울이면 고마운 녀석이 또 있다. 바로 버스정류장의 의자다.
몹시 추운 날이면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과 엉덩이에 전해지는 따뜻한 기운이 (내) 허리 언저리쯤에서 만나 힘겨루기를 한다.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의 기싸움 같다. 온열의자 덕분에 내 몸을 지도삼아 잠시 기상캐스터가 되어보는 즐거움이란~ (근데 너무 추운 날은 이런 쓸데없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집에 있는 게 최고다 ㅎㅎ)
게다가 내가 자주 이용하는 이 정류장의 의자는 마음에 맞는 자리까지 고르라는 선택권을 준다. 아니 앉는 이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자리에 앉아 취업의 기운 얻으라고, 한창 육아 중인 엄마와 아빠라면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라고, 어르신들 잠깐 앉아 9988 앱 보며 걸음수 체크하고 포인트 받으시라고 그리고 누구든 잠시 멍 때리다 가라고~
예전엔 몰랐던 아니 관심 없었던 버스정류장 의자까지 다시 보게 되는 건 한 살씩 먹어가는 나이 때문이 아니라 운전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겁이 많아 운전석에 앉으면 늘 신경이 곤두섰는데 운전대를 놓고 나니 세상 편해졌다. 이젠 운전을 안 하기에 가까운 길도 돌아가야지만 불편함이 주는 여유가 싫지만은 않다.
단점을 뒤집으면 장점이 되는 것처럼 불편함도 뒤집으니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되더라.
그래도 가끔은 내 똥차가 그리울 때가 있다.
후련함과 그리움 사이에서 느껴지는 이 양가적인 감점은 뭔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