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뭐라고 -
아침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설거지하는 도중, 앞머리가 내 코와 볼을 자꾸 간질인다. 옷소매로 대충 넘겨봤으나 또 내려오기에 멋지게 고개를 흔들어 한번에 머리카락들을 뒤로 젖혔다.
순식간에 차분해진 내 머리카락을 보며 나온 한 마디.
와우 내가 이겼어!
누가 누구를? 이게 과연 이기고 질 일인 건가? 라며 슬쩍 겸연쩍어하고 있는데 머리카락이 반격을 시작했다.
한 가닥이 비누로 거품샤워 중인 그릇들 사이를 뚫고 개수대에 자리를 잡았다. 힘주어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고무장갑 잠깐 벗고 빼내면 될 것을 나도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해 더 강한 물살로 그릇들을 닦아댄다. 뽀득뽀득 소리를 내며.
상대방도 만만치 않다. 피구에서 공을 피해 뛰어다니는 마지막 선수처럼 꽤 빠른 물살을 요리조리 가르며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이제 혼자 남았다. 요 녀석을 어찌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 냥. 손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바로 잡히네!
이게 뭐라고 혼자 씨익 웃는다.
이렇게 쉽게 집을 것을 고무장갑 끼고 혼자 승질내다니. 게다가 이건 내 머리카락인데 말이다. 미안한 마음에 살살 다뤄 휴지통에 모셨다.
음~살다 보니 어떨 땐 과하게 힘을 넣기보다 살짝 힘을 빼는 지혜가 필요할 때도 있더라.
그게 사소한 일일 때는 더욱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