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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 시 작 May 12. 2023

신품종 개량 슈퍼쌀 탄생! 단..

차곡차곡 일상


신품종개량 슈퍼쌀 탄생! 단..~


 품 목 : 슈퍼쌀

 원산지 : 우리 집 욕실

 배 경 : 적당한 물기와 적절한 그립의 조화로 탄생

 특 징 : 따사로운 조명과 신선한 환풍기 바람을 맞아 크고 매끄럽고 윤기가 흐름




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절대 식용 불가라는 점!

하루에 적어도 3, 4번은 가는 곳이 있다. 생리 현상 해결은 물론이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기에 부러 남에게 자랑하진 않아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이곳은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사용 횟수가 더 잦아졌다. 손을 자주 씻는 나 역시 예외일 리 없다.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으나 난 그래도 자주 간다. 그러다 보니 이 녀석의 변화과정이 자꾸 눈에  띄기 시작했다.


처음엔 혼자 있기 넉넉한 둥그런 제 자리에 도도하고 단단한 형태로 떡 허니 앉아 융통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였는데 말이지. 근데 밖에서 들어온 주인장의 지저분한 손이 신경 쓰였는지 아님 물을 만나 신난 건지 360도 회전은 기본이고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그렇게 조금씩 우리 가족에게 녹아들더니 이 녀석 급기야 쌀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슈퍼쌀로!

왼쪽 : 슈퍼쌀

오른쪽 : 크기와 모양을 비교할 수 있게 가져온 평범한 보통 쌀


'오늘 저녁식사는 요거'

이거 세 개면 한 끼 식사 해결할 것 같은 느낌에 혼자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씨익 웃는다.




가족을 위해 일만 하다 인정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하고 벌레로 죽어간 카프카의 <변신>을 보며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고 허무했었는데.

이 녀석의 '변신'을 보곤 당당함과 신기한 즐거움을 느낀다.


먹지 못하면 어떠냐! 오늘은 이 녀석의 변신에 박수를 보낸다^^



* 오늘의 단어는 쌀 おこめ(오코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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