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 쓰리 백 -
살다 보면 우연의 일치를 경험할 때가 있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백 씨다.
희귀한 성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흔한 성도 아니다.
얼마 전부터 혀가 좀 갈라지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따끔, 화끈거리며 목이 자주 마르는 증상이 생겼다. 동네 병원을 몇 군데 갔으나 그 나이에 흔히 있는 증상이니 별것 아니라는 반응과 좀 더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서로 엇갈렸다. 그래서 이비인후과와 구강내과 사이에서 고민하다 둘 다 예약한 결과 아산병원까지 오게 된 거다.
이비인후과 대기실 앞이다.
예약시간보다 40분 먼저 와 앉았다. 일찍 가면 좀 빨리 진료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 5분 단축됐다. 뒤에 앉아 빈자리들을 보며 은근히 좋아했는데 어느새 모여든 환자들 덕분에(?) 처음 본 사람들의 뒷모습만 감상하고 있었다.
간호사가 진료실 앞이 좁으니 대기공간에서 기다리란다. 평소엔 별 관심도 없는 벽의 색상과 안내문구이거늘 병원에만 오면 재밌는 책처럼 꼼꼼하게 읽고 있다. 마스크 쓰기와 올바른 손 씻기 등.. 1번부터 6번까지의 손 씻기 과정을 보며 다시 한번 복습에 들어간다. 이게 뭐라고~
대기공간에서 기다리다 ♡(하트)와 함께 뜬 내 이름에 반사적으로 일어난다. 예전엔 내 이름 사이에 * (별표)이 떴었는데 한동안 오지 않은 사이 바뀌었나 보다. 음...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배려인가? 은근 세심하다고 생각했다. 난 개인적으로 *보단 ♡가 더 마음에 든다. 물론 여기 안 오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진료실 앞에서 진료상황 전광판(?)을 바라본다.
'지연 없음' 바로 위. 어라 백 백 백이다!
처음 백은 음~
두 번째 백은 그럴 수 있지.
세 번째 백은 와우~우연의 일치다! 일명 쓰리 백. 그중 나는 세 번째 백이다.
나 혼자 갑자기 내적친밀감이 형성된다. 즐거운 자리였으면 달려가 완. 전. 한 성함을 여쭤봤을 텐데... 얼굴만 흘끗 보며 어디가 아파서 오신 건지 생각해 본다.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걸 보니 아마도 목이 안 좋으신가 보다. 아쉬움과 걱정이 살짝 교차한 짪은 시간이다. 진료받고 나오니 두 분 다 가셨다.
잠시나마 겹쳤던 인연의 쓰리 백. 그분들은 진료 잘 받고 가셨으려나 궁금하다.
얼른 나으시길 바랍니다.
언제 또 이런 쓰리 백의 상황이 연출될 진 모르겠으나 기왕이면 병원 아닌 다른 곳이길 바라본다.
그땐 꼭 통성명을 해야겠다.
이것도 인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