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3명에게 -
차곡차곡 일상
쨍한 아침해와 더불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이) 몇 년 만에 왔다고 반갑게 인사해 준다. 나 역시 잘 쉬다 오겠노라 밝게 응답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여름의 강한 태양은 기류의 작은 이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4시간 동안의 안정적인 비행은 그렇게 나를 미케비치 해변으로 데려다 놓았다.
한껏 습기를 머금고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초록 야자수들, 시푸드음식점과 푸른 바다의 낯선 분위기와 38도라는 후끈함에 여기가 다낭임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이내 들어간 호텔 12층의 애프터눈 티는 화들짝 놀란 내 피부의 땀구멍을 진정시키기에 충분했다. 익숙한 시원함 안에서 바라본 미케비치는 붓으로 터치한 그라데이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제일 처음 간 곳은 한 시장.
마른오징어를 두드리고 있는 아주머니, "망고 싸고 맛있어요"라고 한국어로 말하는 주인장, 35만 동을 외치는 아저씨~땀으로 범벅된 그 사이에서 잠시 옛날 엄마 따라 남대문시장에 갔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젓갈 냄새와 두리안 냄새를 맡으며 오토바이를 요리조리 피해 옆골목으로 갔다. 손에는 망고와 망고스틴을 한 보따리 사들고. 역시 시장이란 역동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 곳이다. 덥든 춥든 그리고 말이 통하든 안 통하든.
다음날 일찌감치 이곳으로 향했다.
프랑스사람들의 휴양지로 건립되었다는 높은 곳에 위치한(해발 1500미터) 바나힐! 테마파크보단 자연경관이 궁금해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처음 10여분, 꾸준히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더위와 고소공포증이 발동할 만큼의 주기적인 흔들림에 속이 살짝 울렁거렸다. 이런 사정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던 케이블카는 폭포부근을 지나자 수려한 경관과 차원이 다른 바람을 내게 안겨주었다. 왜 이리 길게 만들어놨는지 알 것 같았다. 좁은 공간에서 중간에 내릴 수도 없는 20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 잠시 희로애락을 느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골든브리지에서 독특한 스타일의 커다란 손을 통과하며 수시로 흐렸다 맑아지는 하늘 상태도 느껴봤다.
다낭에서의 뜨겁고 후끈한 아침이 또 밝았다.
오늘은 린응사(영흥사)와 오행산이다!
건물 30층 높이의 해수관음상 앞에서 땀으로 얼룩진 얼굴로 부처님을 뵙고 대웅전에도 잠시 들려 절을 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 부처님께 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 충실히 답하며 살게 해 달라고.
가장 기본적인 물음(건강)에 충실하고자 오행산은 패스하기로 했다.
-> 가장 기본적인 물음 : (높은 기온과 습도 사이에서) 다녀와서 다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나?
미국여행 때의 힘들었던 여정이 세 명의 머리와 가슴에 오버랩되어서..(별생각 없이 셋이서 자유여행 갔다가 열흘동안 4키로씩 빠져 왔던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다)
대신 해변가 수제맥주집에서 우린 흑맥주만큼이나 깊은 다낭의 밤을 보냈다~
* 오늘의 단어는 비행기 ひこうき(히코~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