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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 시 작 Sep 12. 2023

소주보다 목넘김이 편한 가지

- 그 부드러운 맛이란! -

차곡차곡 일상


보통 가지는 짙은 보라색을 띠며 머리에 좀 거친 모자를 쓰고 길쭉함과 탄력을 뽐내며 시장이나 마트에서 삼삼오오 무리 지어 주인을 기다린다. 근데 요건 똬리를 틀고 앉아 단박에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리 애가 본의 아니게 만든 똬리(8월 18일자 글의 옷 던져놓은 모양) 보다 더 힘 있다.



사실 이건 채소 기르기를 사랑하는 우리 오빠의 어쩌다 만들어진 작품이다. 늦더위에 지치지 않게 힘찬 가지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으라고 오빠가 준 선물이다.

이렇게 받은 귀한 물건이니 먹지도 못하고 며칠째 모시고 바라만 보고 있다.


가지의 이 귀하심은 옆나라에서도 통한다.

일본에서는 '하츠유메'라 하여 새해 첫 꿈에 후지산, 매, 가지가 나오면 그야말로 좋은 꿈이다.

맛도 좋고 의미도 좋고 영양도 많아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사랑받나 보다.


~라고 생각하지만!

이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가지가 애들에겐 사랑을 덜 받는 것 같다.(물론 모든 애들이 그런 건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말이 좋아 '덜'이지 외면당하는 느낌도 든다. 우리 애도 마찬가지다.

무쳐도 보고, 볶아도 보고, 전도 부쳐보지만 손이 가는 횟수는 극히 한정적이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단단해 보이는 겉모습에 비해 씹는 느낌이 물컹하기 때문이란다.


음~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다. 

입안에 들어가면 도도한 보라색의 자태는 사라지고 각종 양념만이 열일하는 느낌인 것이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는 건지 잊어버릴 정도였다.

근데 참 신기하다. 옛날엔 흐물거리는 식감이 그리도 싫었는데~ 요즘엔 술보다 목 넘김이 좋은 가지의 부드러움이 편하고 푸근하기까지 하다. 순간 소주 안주로 가지무침을 해야겠단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조금씩 약해져 가는 이와 잇몸 때문일 수도 있으나 이젠 사람도 음식도 부드러운 게 더 끌린다. 마치 자석처럼. 

가지 같은 사람(친구)~ 은근 괜찮은데^^

아무튼

가지를 먹이기 위한 나의 필사적인 노력. 

이번엔 가지튀김을 해 보리라 하하!~


*오늘의 단어는 가지 なす(나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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