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함은 사랑 -
차곡차곡 일상
일어나서 날씨를 보니 밖은 영하 12도 우리 집은 20도. 바깥보단 낫지만 코끝이 약간 시리다. (실은 꽤 시리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큰 주전자에 물을 붓고 보리를 넣은 후 끓이기 시작한다. 최대로 높인 불의 세기 탓인지 덕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 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주인장! 아이구 뜨거워~나 땀난다 땀나'
'알았다 알았다 커튼만 걷고 올게'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씩씩거린다. 그걸 못 견디냐고 한 마디 하려 했는데 댓 발 나온 주둥이 사이로 흐르는 땀을 보곤 바로 불을 껐다. 웃기고 고마운 마음에 바로 옆에 방석을 깔고 자리를 마련해 줬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날이 추우니 여기 꼼짝 말고 있어. 너의 온기가 오래 가게'
집안 가득 보리차의 향과 알갱이의 온기가 퍼진다.
온화한 목소리로 아이를 깨우다 꿈쩍도 않는 모습에 워워 승질을 죽이고 방문을 닫는다. 일단 철수다.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환기를 시킨다.
'음 ~ 추워도 이 차가운 신선함은 못 참지' 미소를 머금다 그 미소가 얼어버릴 것 같아 이내 창문을 닫는다. 종종걸음으로 다시 부엌으로 가 보리차 몸통을 끌어안고 혼자 좋아한다.
어렸을 때 울 엄마도 늘 아침 일찍 물을 끓여주셨다. 왜 그리 이른 시간 보리차를 끓일까 궁금했었는데 내가 그 자리에 있어보니 알겠더라. 여름엔 식구들이 일어나기 전 그나마 덜 더운 시간에, 겨울엔 그네들이 일어나기 전 가장 한기를 느끼는 시간에 물을 끓여 때로는 시원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엄마의 온기를 전한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랑의 온도를 난 그때 엄마에게서 배웠다.
이른 아침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갔다 온 느낌이다.
그때 맡았던 보리차의 향과 따뜻한 온기가 오늘 아침 내 코끝에 진하게 머문다.
-> 아침 일찍 물 끓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오늘의 단어는 보리차 むぎちゃ(무기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