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물가 체감하기
2019년 1월 1일부로 말레이시아 최저임금(월급)이 1,000링깃에 100링깃 오른 1,100링깃이 되었다.
2018년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승리한 새로운 정부는 임기 내 최저임금을 1,500링깃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임기가 5년이니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1년에 100링깃씩 인상하면 될 듯싶은데 사실 초안은 50링깃 인상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공약이행에 부담이 되었을 것 같다.
말레이시아에서 최저임금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된다. 내가 말레이시아 와서 최저임금은 총 3번 인상되었다. 2011년에 논의가 되어 2012년에 법이 제정되었고 2013년에 첫 시행되었다. 한국은 매년 최저임금을 논의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정해진 기간이 없다. 그래서 2013년, 2016년, 2019년 3번 각각 100링깃씩 인상되었다. 어쨌든 공약이행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매년 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19년 현 최저임금이 월 1,100링깃(약 30만 원, 환율 275원/링깃)으로 한국 월 최저임금(1,745,150원)에 비해 1/5~1/6 수준이다.
물가는 어떨까?
현재 회사 내 식당 식대 가격은 인당 4~6링깃 수준이며 일반 마트 푸드코트는 6링깃 수준이다. 의류비는 일반 티셔츠의 경우 20~30링깃(물론 브랜드에 따라 다르겠지만)이다. 현재 가솔린 유류비는 리터당 약 1.9 ~ 2.2링깃에서 매주 변경된다. 얼마 전까지 리터당 2.2링깃으로 고정이었다.
2013년에 처음 왔을 때 화폐 단위가 눈에 익지 않았다. 얼마나 비싼 지 싼 지 인식이 확 되지 않았다. 그래서 1링깃을 1,000원으로 보고 계산하면 나름 감은 잡을 수 있다.
최저임금을 일백십만 원으로 보고 식비 4천 원 ~ 6천 원, 기름값 리터당 약 2천 원 정도, 옷 값이 2만 원 ~ 3만 원 된다고 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 한국 음식이 대체로 20~30링깃 하는 걸 고려하면 현지 생활수준 대비 많이 비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맥도널드 세트 메뉴가 12링깃 내외인걸 보면 소득 대비 싼 편이 아니다.
택시비나 인터넷, 후불제 휴대전화요금을 살펴보자. 말레이시아에 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직원들한테 가격을 물어보면 잘 모른다고 답을 했다. 보면 현지인들 기준 너무 비싸기 때문에 거의 이용하지도 관심도 갖지 않기 때문이었다. 택시는 15분거리에 20링깃정도. 인터넷은 월 100 ~ 300링깃, 후불제 휴대전화요금은 100 ~ 200링깃. 위에 체감하기 위한 방식대로 적용해 보며 택시는 2만원, 인터넷은 10 ~ 30만원, 휴대전화요금은 10 ~ 20만원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서민층 현지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뭐 정확한 환율을 적용해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기 때문에 현지 소득 기준대비 많이 비싸다고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는 전 세계 도시 중에서 백만장자가 가장 많은 도시란다. 그래서인지 쿠알라룸푸르 번화가를 가면 한국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도시 간 개발 정도의 차이가 한국보다 심하고 현지 서민들과 돈 있는 사람들 간의 차이가 더욱 분명해 보인다. 회사가 위치한 세렘반이 4~5번째 도시라곤 하는데 시골 느낌이 물씬 든다. 계속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지만 쿠알라룸푸르 보다 차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런 말레이시아를 볼 때 빈부격차가 한국보다 심할 것 같다. 하지만 계층 간 갈등은 한국보다 덜 해 보인다. 부미푸트라 정책(말레이 우대정책) 때문인지는 몰라도 적은 소득에 어느 정도 만족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말레이시아가 다인종 국가(중국계, 인도계, 말레이계, 토착민 등)인데 이런 우대 정책으로 민족 간 갈등은 좀 있다. 중국계나 인도계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말레이계 사람들을 종종 욕하곤 한다. 인종 간 불만이 당연할 법한 게 정부 관료 즉 공무원은 말레이계가 거의 말레이계가 대부분이며 상권은 중국, 인도계가 대부분 잡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쿠알라룸푸르를 동남아의 허브로서 부각하려고 노력한다. 좋은 인프라 대비 체류비용이 적은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빈부격차와 최저임금인상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