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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먹어도 살찌는 기적은 내가 만든다.
에너지효율 높은 음식은 조금 먹어도 알차게 쓰인다.
적게먹고 살 뺀다는 뻔한 방법은 버려버리자.
다이어트는 칼로리 맞추기?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다이어트의 기본법칙은 먹은 에너지와 소비한 에너지를 비교해 적정체중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 논리는 인간을 연료를 넣어 움직이는 기계로, 음식은 기계를 작동시키는 연료로 보고 들어가고 나가는 양을 통제하려한다. 먹는것과 움직이는 정도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게 해주는 것이 칼로리다.
먹은 음식의 칼로리 양과 운동으로 소모한 칼로리 양이 딱 맞아 떨어져하는데 그렇지 않고 칼로리가 부족하면 영양결핍이거나 칼로리가 과다하면 비만이 된다고 한다. 안 먹으면 빠지고 많이 먹으면 살찌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는데 이 칼로리만 맞춰주면 뭐든 다 해결될 것 같다.
하지만 비만은 이렇게 쉬운 칼로리 맞춤 공식을 쓰고도 아직 해결이 안되는 걸까. 게다가 단순하다면서 무슨 예외는 그리 많은지, 많은 열량을 먹어도 살 안찌는 사람, 적은 열량에도 바로 살 찌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죽도록 계산기 두들겨 칼로리 발란스를 맞추는데도 칼로리가 뭔지 모르는 사람보다 덜 건강한 사람도 많다.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칼로리 법칙이 인간의 섭생과 에너지 대사균형을 설명할 절대 법칙이 맞긴 한건가? 의문이 끊임 없이 올라온다. 종교처럼 신봉되는 이 칼로리 법칙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알아 봐야겠는데 일단 이 계산법이 어디서 나왔는지 살펴보자.
칼로리는 도대체 무엇
칼로리 하면 떠오르는 건 식품 포장지 뒷면 영양성분표다. 과학시간에도 칼로리를 배웠지만 식품에 쓰는 칼로리는 물리화학의 칼로리보다 천배 높고 실제로는 킬로칼로리(kcal), 즉 1000칼로리( cal)에 해당한다. 1000 cal는 물 1킬로그람을 1도 높리는 에너지량으로 우리 몸이 물 50킬로라고 가정하면 2000칼로리 먹으면 체온을 40도까지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 하나에150칼로리라고 알려진 고구마는 어떻게 물1킬로를 150도까지 올릴까. (아니면 물 10키로를 15도 올리거나). 물론 고구마가 온 우주의 에너지를 물에 전달해 온도를 올린건 아니고 과학실 실험결과다. 고구마를 태워서 물 온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측정해서 칼로리량을 구한다.
밤 칼로리미터 - 연소열로 칼로리를 추정하는기구 그림에 보이는 기구 가운데는 샘플을 태우는 공간이 물속에 잠겨있다. 여기에 궁금한 음식의 샘플을 넣고 태우면 물의 온도 변화를 보고 칼로리를 측정할 수 있다.
가공식품에 영양성분표기가 의무화 된 초기엔 식품회사들이 이렇게 제품을 태워 직접 열량을 구했다. 하지만 1950년 대 이후 부터는 이런 실측법 대신 제품의 구성성분(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알코올) 함량과 거기해당하는 칼로리 값으로 간접계산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탄수화물 4kcal/g, 단백질 4kcal/g, 지방 9kcal/g (알코올 7kcal/g)의 공식이 바로 그것이다.(Atwater system)
가공식품은 이렇게 계산식으로 총칼로리를 구하기 딱이다. 이유는 탄단지 구분이 쉬운 원료를 쓰기 때문이다. 대표적 가공식인 시리얼이나 과자의 재료는 정제 곡물가루(백밀가루, 옥수수가루), 당류(설탕, 물엿) 또는 오일(대두유, 팜유)인데 이들은 이미 정제되고 가공된 상태다. 정제 가공과정으로 수분은 줄어들고 섬유소를 다 벗겨져 성분이 탄, 단(거의 없지만), 아니면 지로 단순화되고 순도는 올라간다. 애매모호한 성분(수분, 섬유소, 미량원소 등등등)을 제거하니 공식대입이 쉬워 레시피만 정하면 만들기전 이미 열량이 계산되고 아예 열량에 맞춰 만들어 내는것도 가능하다.
영양성분표는 가공식품의 다른이름
친구가 일전에 나에게 가공식이 뭐냐고 물어 본적이 있다. 일순간 당황했다. 그런 솔직한 질문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공장에서 나온 음식?"이라고 답했다.
가공식의 공식적 정의는 "한가지 이상의 식재료를 기계적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맛과 보존성을 증가시키고 박스나 백에 담아 파는 음식"이다. 하지만 이런 긴 설명은 '공장에서' 만든이라는 한줄로 요약되고 "뒷면에 영양성분표가 붙은 음식"이라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이제 판매식품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져서 영양성분표가 없는 가공식은 거의 보기 힘들다. 만약 없다면 식품의 안전 준수사항을 제대로 따르는지 의심해야 한다. 반대로 영양성분표 붙은 자연식을 본 적 있는가? 당연히 없다. 물론 있다한들 누가 '가지'의 탄단지 구성비나 칼로리를 알고 싶겠는가.
진짜음식에는 영양성분표와 칼로리가 없다.
가지는 그 자체가 성분이다 애초에 자연에서 나는 음식(whole food)은 허기를 채워주는 것 또는 맛있고 기분좋아지는 정도에 따른 기호는 있었을지 몰라도 영양성분에 의한 서열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가공식(햄, 김)이 올라가지 않으면 어린이들은 밥을 거부하고, 지난주 사온 라면은 금세 떨어져도 한달전에 산 오이 가지 같은 야채는 냉장고에서 쪼글거리는 미이라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가공식이 식탁을 점령하게 되고 어느 순간 우리가 음식을 평가하는 기준이 가공식에서의 영양성분표와 열량이 되고 자연식도 탄단지를 따지고 열량을 카운트하니 심지어 서열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도 감자와 쌀은 가장 천한 계급?
난 성분이 아닌 진짜음식을 먹고 싶다
지인 C가 밥먹는 나를 보고 물었다
"왜 탄수 화물만 먹어요?"
어느날의 밥상 그때 난 잡곡밥을 그냥 상추에 민짜로 싸서 (고기없이) 먹고 있었다.
모든 음식을 탄단지로 나누는 C의 눈에 잡곡밥은 탄수화물이었고 흔한 삼겹살, 햄 없이 상추쌈을 먹는 것은 단백질은 안먹겠다는 의지의 탄수화물 다이어트로 비춰지는 것이다.
특히 단백질을 향한 사랑이 극심한 이때에 특히 전분함량이 높은 곡류는 각자의 이름은 잊혀진채 탄수화물로 퉁쳐져 고기 아래 등급으로 떨어졌다.
통곡물은 탄수화물의 비중이 높지만 섬유소, 단백질, 지방, 섬유소, 미량 원소 비타민이 적절히 섞여 있는 전체식이다. 언제부터 공장에서 여러 성분을 섞어 재조합한 시리얼은 건강한 아침메뉴가 되고 진짜음식인 잡곡밥은 그저 탄수화물이 되는 이상한 현실이다.
유명한 다이어트들의 탄단지 비율은 존다이어트 4:3:3, 저탄고지 1:3:6, 팔레오 2.5:3.5:4 로 주로 단백질 비율이 삼분의일이나 그 이상이다. 일반적인 자연채식(WFPB)을 탄단지로 분석하면 보통 8:1:1 수준이다. 차이는 유명다이어트가 탄단지 비율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음식을 맞춘다면 자연식은 먹다보니 그 비율이 나온다는 것. [참고로 자연식은 탄단지가 아닌 식품군(야채류, 과일류, 곡물류, 콩과 견과류)으로 비율을 나눈다.
여튼 유명 다이어트 기준으로 보면 자연식은 극심한 단백질 결핍식이며 건강에 해로운 식사가 된다. 난 이미 말라 죽었어야 한다.
일반인이 상상하는 완전채식의 최후 - 근육결핍증
환원주의 다이어트
음식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구성 성분으로 쪼개어 평가하는 것을 환원주의(reductionism)라고 한다. 환원주의적으로 접근하면 여러가지 영양을 강화시킨 시리얼이 탄수화물의 비중이 높은 통곡물보다 더 건강하다는 결론을 낼 수 도 있다. 인간의 손길이 스친 가공식이 건강식이 되고 자연식은 더욱 식탁에서 더 멀어지게 되었다. 특정 자연식에 A와 B와 C의 구성분이 있다고 밝히는 것은 과학이다. 하지만 A, B, C를 합치면 그 자연식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오만이다. A, B, C가 그 자연식의 전체가 아니며 그보다 훨씬 많은 X가 있기 때문이다.
바나나엔 당분(sugar)만 있는게 아니다. 무수한 성분(X)들이 있다[참고-https://jameskennedymonash.wordpress.com/]
이런 환원주의적 오류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래 같은 건강상식이다.
과일 많이 먹지 마라 당뇨온다.
견과 많이 먹지 마라 살찐다
칼로리와 영양으로 쪼개어 보니 과일은 과당 덩어리이고 견과는 지방 덩어리인 것이다.
영양 성분과 전체식(whole food)의 효과 차이는 여기서 다 설명하기는 어려워 다음기회에 하겠지만 짧게 말하면 사과하나를 먹은 것과 같은 칼로리의 고과당물엿(HFCS)을 먹은 것은 몸에서 보이는 반응이 다르다.
과당과 섬유질과 엮여있어 몸이 부주고 쪼개고 흡수하여 과당을 추출해야하는 과정을 거치는 사과에 비해 물엿은 삼키자 마자 바로 소화관에서 혈류로 진입하여 간으로 직행한다. 덧붙여 수십 수천의 효소니 피토케미컬을 포함한 사과와 딱 과당하나로 승부하는 물엿이 주요 성분과 열량으로 비교당하는거 자체가 사과에게 불쾌할거 같은데...
과학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일상에 참고할 증거는 많다. 과일 많이 먹어서 당뇨생긴 야생 원숭이 본적있는가? 아니면 당뇨가 있는 사람을 24시간 관찰해서 정말 과일만 먹은 경우는? 하루종일 아몬드와 호두 먹고 살찐 경우는 또 어떤가? 그런 신기한 경우는 나도 보고 싶다.
내가 아는 그 어떤 경우도 과일만 아니면 아몬드나 견과를 드립다 먹었다고 건강이 나빠진 사례는 없다. 당뇨가 있거나 비만해진 사람들은 백발백중 먹거리에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가공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고밀도 가공식 위주의 식사에서 과일과 견과는 오로지 거들 뿐인데도 과일엔 과당, 견과엔 중성지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많이 먹으면 안된다니.
게다가 먹는 것 중 그나마 섬유질과 미량원소를 보충하게 해주는 과일과 견과를 그람수 정해주고 더먹지 말라 하니 채워지지 않은 허기는 가공식으로 채우게되는 효과는 덤이다.
아래는 과일을 줄이고 먹으라고 하는 "당뇨 건강식"이다.
칼로리와 성분으로 건강함을 포장한 당뇨 건강식 '닥터**어리' 과일보다 높은 서열의 '건강' 가공식이다.
도대체 무슨 기준을 쓰면 가공식이 자연식보다 건강서열이 높아지는가
이쯤 되면 난 이미 현대 의학과 영양학을 무시하며 매우 비과학적인 논리로 잡곡밥을 예찬하는 자연식 신봉자로 비춰지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참고로 난 지리산 골짜기 사는 자연인은 아니다. 금욕주의자는 더욱 아니다. 달달한 음식에 위안받고 기름지고 열량높은 음식도 즐기는 정상 도시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밥상을 점령한 가공식 식문화를 삐딱하게 보고있음을 부정하진 않는다. 매출의 논리를 숨기고 칼로리라는 과학을 앞세워 음식의 기호와 서열을 임의로 바꿔버린 가공식으로 부터 식탁의 주도권을 다시 되찾고 싶다.
음식을 인간이 밝혀낸 성분으로 해석하는 환원주의와 달리 자연에서 나온 음식을 그 자체로 평가하는 것을 전체주의(Holism)라고 한다. 환원주의 적인 칼로리, 성분 위주의 다이어트는 이미 무수한 실패사례를 보이고 있는 이때,
자연에서 나온 진짜 음식에 집중하는 전체주의적 식생활이 답 없는 이 다이어트 판을 빠져나올 해결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의견이 나혼자만의 주장이 아닌것 같다. 칼로리와, 탄단지 기반 공식의 견고한 틀은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칼로리라는 가상의 숫자를 조절한다고 우리 몸이 기계처럼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신뢰하는 연구 결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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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의학도 양보다 질에 눈을 돌리다
드디어 칼로리 공식에 대한 집착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연구들이 차례로 발표되고 있다.
연구결과는 체중감량에 성공하고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다이어트는 양이 아닌 질이라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보건 당국도 대중에게 습관적인 칼로리 중심의 식사법 강조보다는 정제가공식을 줄이고 자연식을 늘이는 캠페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