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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Dec 29. 2019

적게 먹기가 아닌 좋은 것 먹기

보편타당한 근거를 가진 의학적 다이어트 방법

Previously 'BHWH'

가공이 적을수록 영양소와 섬유소가 많은 진짜 음식

탄단지, 칼로리 성분표가 한눈에 보인다면 그건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성분표가 없는 진짜 음식을 먹는 시도를 해보자.


의학적인 척하는 다이어트


티브이를 틀면 종편에 전문가와 연예인을 패널로 하여  건강비법을 전달하는 쇼프로들이 많다. 요즘의 건강에 대한 관심거리가 비만과 체형 변화이다 보니 체중을 폭풍 감량한 사람은 건강 쇼에서는 스타 대접을 받고 모셔진다. 그리고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해서 기적의 비결을 찾아내는 게 목적이다.


프로 초반엔 이들의 일상생활에서 새롭게 추가된 변화들을 나열한다. 먹거리에서 인스턴트 패스트푸드가 줄어들고 신선한 먹거리를 직접 준비하는 비중이 늘고 그 외 생활에서는 활동량이 많아지고 운동을 습관화한다는 보편적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비법을 소개한다고 한다.

이미 나온 건 메인이 아니고 진짜 비법은 따로 있다는 것

잔뜩 궁금하게 해 놓고는 

짜잔 하며 기적의 비법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새싹보리


어랏? 지난번엔 크릴 오일이라지 안았나? 그리고 그 저번에는 레몬밤 파우더였고

그 이전에는 

와일드 망고젤리, 보이차, 돼지감자, 바나나 식초, 보이차......


매번 이거 아니면 몸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절대 호들갑으로 소개했었는데 기적이란 건 여러 번 일어나기도 하나보다.  핵심 비법은 매회마다 갱신되는데 더 놀라운 건 그때마다 전문가 패널은 이번은 진짜다하며 진지하게 받아친다는 것이다.


마이크가 사회자에서 쇼닥터에게 넘어가면 그는 기다렸다는 듯 

새싹보리 파우더는 하며 읊어댄다.

"헤모글로빈과 유사한 클로로필(Chlorophyll) 풍부해 혈액순환을 돕고 항산화 효소(Superoxide dismutase, SOD and nitrogen reductase) 그리고 바이오플라보노이드 물질(사포나린), 여덟 가지 필수 아니노산. 미네랄(칼륨, 철, 마그네슘, 인, 칼륨, 구리) 비타민(베타카로틴,  B1,6,12, C, 로테인 엽산) 등 유익 성분으로 가득하고..... 게다가 식이섬유까지 풍부하여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하고 변비를 없애고... 식욕을 떨구고 열량 소모에 도움이 된다"

숨 넘어갈 듯 나열하면 우와하고 리액션을 해주는  관객들...


그리고 이어서 영양사,  한의사가 체중으로 고민하는 일반 시청자의 집을 방문하여 그날의 특급 비법을 활용하는 요리와 팁을 가르쳐준다.


헌데 흥미로운 건 이다음부터다. 다른 방송 보려고 채널을 돌리다가 만난 홈쇼핑 채널에선 우연의 일치인지 필연인지 모르게 새싹보리 파우더를 팔고 있다. 정말 우연인가?


운이 좋은 다이어터 


그러고 보니 특별 건강 재료들이 공개될 때마다 내 주변에는 그 건강식품을 홈쇼핑에서 싸게 파는 걸 운 좋게 발견해서 횡재했다는 사람이 많다.  

헬스장에서 만난 아주머니, 한참 보이차를 집중 조명을 받을 때 홈쇼핑에서 단독 특가 상품을 엄청 싸게 샀다며 탈의실에서 날 붙들고 한참을 자랑하셨더랬다. 한 손에는 보이차를 타서 검은색 보틀을 끼고 마치 이미 살을 다 뺀 것처럼 즐거워하셨었는데 


남 얘기할 것만은 아니다. 그런 행운은 우리 집에도 종종 있다. 갑자기 브라질너트를 세 박스를 구매하기고 여기저기 선물하고 냉동실에 쟁여두신 어머니. 한 번에 많아야 세알 먹는다면서 뭘 그렇게 많이 사셨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사실은 하며 이실직고하시길 쇼프로에서 브라질넛이 그렇게 몸에 좋다 했는데 마침 그날 운 좋게 홈쇼핑에서 엄청 싸게 나오지 않았겠니 하신다. 


우리 엄마나 헬스장 아주머니가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이었던 걸까 아니면 건강프로와 홈쇼핑이 교묘하게 펼쳐놓은 그물에 자발적으로 들어가서는 먹이가 많다고 행복해하는 물고기가 돼버린 건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이어트법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모두 다이이어트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의 다이어트 시장은  780억 불 규모로 추산한다. (참고 : research&market) 우리 돈 78조 이상인 어마어마한 숫자인데 심지어 더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아무리 빅사이즈에 대한 사회적 포용이 커지고 자기 신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운동이 퍼져도 계속 증가하는 시장규모로 보면 원치 않는 체중과 영원히 씨름하는 이 판은 쉽게 깨질 거 같 않다.

다이어트는 빅히트를 기대하는 세일즈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항상 특정 상품이 빅히트를 치면 모두가 몰려가서 그걸 사고 그러다가 이게 아니야 하고 다른 빅히트상품이 오면 그리로 우르르 몰려가서 그 걸 산다.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나서야 이놈 저놈 모두 다 실패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진짜가 나타났다면 성공한 자들은 다이어트 시장을 영원히 떠날 것이고 시장규모는 점점 작아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판을 짠 사람들은 규모가 작아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일까? 한 번도 작아지지 않은걸 보면 일부러 진짜를 등장시키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홀린 듯  쫓아가는 쥐떼, 다이어트 흐름과 비슷하다

티브이의 건강 쇼에서 전문가 패널로 나온 의사들, 그들은 건강에 도움되는 식생활에 대해 연구를 하고 나온 건가 아니면 오늘 밀어줄 상품의 성분을 대본으로 건네받아 줄줄 읊으러 앉아있는 것일까. 의사가 나와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판매를 선동하는데 일조했다는 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신뢰할 수 있는 다이어트


 인터넷에는 의학을 표방하는 다이어트 정보가 넘쳐난다.  이 들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다이어트에 특히 도움되는 특정 물질을 소개하고 있거나 아니면 탄단지 중  특정 영양소나 특정 비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새싹보리를 먹고 살이 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평생 간헐적 단식이나 팔레오 다이어트를 해서 날렵한 몸을 유지한 사람이 존재할 수 도 있다. 


사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다이어트 지식은 사례적인 기적 체험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타당한 논리와 다양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어 다수에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누군가 체험한 기적을 부각하는 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동일한 효과를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하는데 새싹보리의 기적은 다수가 공유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 기적을 소개한 사람이 그 지식을 옳다고 믿는다면 적어도 스스로가 직접 적용해 그 효과를 몸으로 보여줄 자신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늘 이번에는 진짜 놓치면 안 되는 비법 정보라고 했던 노니 파우더, 새싹보리 파우더, 크릴 오일, 브라질너트 이들의 공통점은 물론 일부 몸신들이 먹었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 또는 포장되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슬프지만 이 시대에서 의학을 등에 업고 비법이라고 공개되는 다이어트 정보는 마케팅과 뗄레야 뗄 수 없다. 방송미디어에서  의학적 비결이라는 자격을 얻으려면 대량으로 팔리고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어차피 누군가의 수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게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인데 그게 왜 불편하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난 왠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대량 판매 제품에  의학의 권위를 교묘하게 발라놓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확히는 의학적 다이어트라는 게 값비싼 특정 제품을 사 먹는 것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이 불편하다.  

수고해서 질 좋은 식재료를 수확한 생산자에게 그만큼의 금전적 가치가 정확히 전달되고 소비자가 그 음식을 먹고 나서 신체가 건강해지는 그런 선순환은 어떤가

그건 의학적인 다이어트가 될 수 없을까? 





적게 먹는 것 vs 좋은 걸 먹는 것


누가 나에게 다이어트 정보를 물을 때면 난 대부분 짧게 한 줄로 말한다. 

좋은 거 드세요라고


다이어트라 함은 매일 성분표로 먹는 양을 확인하고 운동량을 조절하며 몸무게의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적은 양 먹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좋은 거 먹으라 하면 대부분 자길 놀렸다고 생각하거나 농담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곤 평소에 좋은 거만 먹고 있다며 항의한다.  

문제는 그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좋다고 여기는 것의 차이다. 

뭐가 좋은 것인가?


 JAMA (미국의협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의학저널에 2018년 2월 재미있는 논문 결과가 나왔다. 

연구 제목은 과체중 성인의 체중감소에 저지방과 저탄수 다이어트의 비교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애초에 의도했던 연구목적은 사람에 따라 지방과 탄수화물의 대사에 차이가 있고 그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저탄고지 혹은 고탄저지 식사를 유지해서 유전자에 쓰인 대로 먹을 경우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는 가설을 입증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 참가자들이 살이 빠지긴 빠졌는데 그 비결이 저지방 혹은 저탄수화물처럼  특정 탄단지비율을 조절해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유전정보에 상관없이 가당, 가공 곡류(밀가루), 과자 시리얼 같은 초가공식의 소비를 줄이고 가공이 적은 곡물, 야채 과일 섭취(Whole Food Plant Based, WFPB)가 체중을 감소시키고 일 년 이상 체중을 유지하게 했다는 것.

  칼로리를 재고 일회 제공량으로 먹는 양을 지키는 방법이 아닌 질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많은 몸무게가 감소했다는 것은 열량 결핍 또는 특정 성분이 체중감소에 중요하다는 전통적인 살 빼기 공식에서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난 결과다.  


이 JAMA 연구 결과는 뉴욕타임스지도 일면으로 다뤘다. 헤드라인은  살 빼는 비결은 양보다는 질이라는 것 

The Key to Weight Loss Is Diet Quality, Not Quantity, a New Study Finds 

이 기사가 반가웠던 건 특정 상품과 연관 없이 연구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진짜 체중관리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사에는 영양성분표를 확 불사르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같이 붙여놓았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체중조절을 하고 싶다면 다이어트를 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이어트는 영양 성분표를 보고 계산하면서 또는 먹는 양을 재가면서 먹는 것이다. 

성분표에 얽매이는 것부터 버려라


연구 결과를 보면 질 좋은 음식(비가공 자연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하면 양을 조절하지 않아도 신체가 스스로 적정체중을 유지한 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연적으로 신체가 알아서 몸무게를 유지하는 데 왜 그걸 믿지 못하며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의 비율을 한 땀 한 땀 계산하고 있어야 하나? 그렇게 재가면서 먹어야만 적정체중이 유지된다는 건 '좋은 것'을 먹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좋은 것이란 신뢰할 수 있는 회사에서 만든 다이어트 식, 영양보조제, 다이어트 약을 말하는 게 아니라 영양성분표가 붙어 있지 않은 비가공 농산물이다. 


그럼 이런 좋은 음식은 왜 티브이 몸짱 쇼에서는 한 번도 메인으로 다루지 않는 것인가. 슬프게도 비가공 자연 채식은 (달리 말해 우리 농산물은) 이들 프로그램을 고액으로 스폰서 해줄 수 없다. 마케팅 논리가 주도하는 미디어에서는 누구도 돈 안 되는 건강비결을 방송하지 않을 것이다. 대박 히트를 낼 수 없는 데다가 한번 이 비결을 알게 되면 다시는 다이어트 시장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는 말이 없다  


이상적인 연구이지만 다수를 대상으로 건강한 식단을 연구하는 의학논문은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장기간 신체변화를 관찰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연구비를 조달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에 소개한 연구만 하더라도 미건강기구NIH 에서 8백만 불(한화 80억 상당)의 보조를 받아 6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연구할 수 있었다. 

국가기구가 보조하지 않으면 누가 자기네 회사 제품 판매와 아무 상관없는 우리 농산물 먹자는 소박한 연구결과에 80억을 흔쾌히 투척하겠는가. 


결국 대량생산 대량 판매 제품만이 돈을 들여 짧게 피시험자들이 체험시키고 심리적 후기에 가까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의학으로 포장한 다이어트 제품들만 우리 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포털 홈쇼핑의 다이어트 식품 광고판은 언제나 시끄럽다.  

온갖 성분분석 그리고 전문가 설명으로 도배되어 있다. 

 

하지만 잊지 말자

정말 근거를 가지고 몸에 좋은 음식들은 말이 없다. 

포장이 투박하고 촌스럽고 영양성분표도 없는 농산물이  진짜 좋은 것이라고 알아주는 사람이 진정한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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