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혹은 '플란트'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음식이 건강해 보이는 마법이 일어난다. 버거도 식물성 패티를 앞에 내세우니 정크푸드라는 버거의 이미지가 씻겨나가고 마치 건강을 위한 식사메뉴가 되지 않았나.
L사가 출시했었던 엄청나게 놀라운 어썸버거
나도 채식을 하는 사람이니 식물성 음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화제가 되는 것은 반갑다. 하지만 본질을 넘어서 과도한 수식어로 관심을 일으키거나 단순히 판촉을 증가시키는데 이용되는 것은 불편하다.
이런 일은 채식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마늘의 항암작용에 거대한 의미를 붙여 삼겹살 쌈에 마늘을 올려 먹으면 불판에 구워먹는 고기의 발암위험이 다 상쇄될거라고 믿는다거나 저지방 요거트를 먹으며 지방맛을 보완하려고 마구 집어넣은 설탕(당류)까지도 쾌변에 도움될거라는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병으로 심장학회(AHA) 하루 설탕 권장량 절반을 날리는 쾌변 요거트
삼겹살이나 고당 요거트 좀 먹는다고 몸이 얼마나 축나겠냐마는 문제는 본질을 숨기고 다른 이미지를 씌워 자신을 속이고 먹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는 식물성이면 모두 건강하다는 선입견에 대한 딴지걸기를 해보려한다. 서로 비슷한 조건의 식물성과 동물성 두가지 음식 옵션 중 내 가족에게 뭘 먹일것인가를 두고 가상의 월드컵 대진을 해보았다. 난 비건이지만 내 가족은 식물성 동물성 모두 먹는 잡식이다. 비건의 윤리적 환경적 가치판단은 잠시 꺼두고 오로지 건강적인 면을 두고 잡식 가족의 입맛과 건강에 대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가족의 입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선택한다는 설정은 가장 솔직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식물성 오일 vs 버터
최근 지방의 질 평가에 얼마나 불포화되었는지보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포화 불포화 여부로만 평가하면 식물성기름(식용유)은 80%이상 불포화(단인, 다중)지방산 함유로 70% 포화지방산인 버터와 비교할 수 없이 건강하다. 정말 식용유가 그렇게 건강한 지방공급원인가? 식용유는 순수 식물성이니 끼얹기만해도 은혜롭겠지 생각은 안타깝게도 허상이다.
포도씨유 5숟갈얻으려면 포도가 얼마나 필요할까? 무려 625개다. 포도의 씨앗에 기름맛이 거의 안나듯이 씨 한알에 들어있는 기름은 정말 눈꼽만하다. 포도씨유 뿐 아니라 목화씨에서 추출하는 면실유, 옥수수유, 콩기름 ... 이들의 원재료들은 모두 기름지지 않다. 그럼 어떻게 기름을 대량생산할까? 비결은 바로 약물로 녹이는 것이다. 와인공장의 찌꺼기인 포도씨 그리고 면을 짜낸후 쓰임새가 없는 목화씨를 헥산으로 화학 처리하여 대량의 기름을 만든다. (물론 신경독소로 알려져 있는 헥산이 마지막 기름에서 다 제거되겠지만 나만 찜찜한가) 식용유는 완성품에서 원재료의 특성이 거이 보이지 않는 초가공식품 중 하나다.
식물성 기름은 성분면에서도 그 다지 유익하지 않다. 오메가3가 거의 없고 6가 주성분으로 혈관에 만성염증을 유발해 쉽게 콜레스테롤이 쌓이게 하고 뇌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
좌측 미국 식용유소비량 우측 미국 비만
미국에 본격적으로 식용유가 보급된 시기와 비만유병율이 상승하기 시작한시기가 1970년이후라는 공통점은 과연 우연일까?
불포화지방산이니 건강하고 포화지방산이라 건강에 해롭다는 인위적인 잣대는 자연물에 먹히지 않는다. 식용류는 식물성 음식이 아닌 초가공식의 하나로 분류하는게 더 적절하다. 개인적인 평가지만 뭐하나 내세울거 없는 버터보다도 가공도가 더 높으며 건강에 오히려 더 해로우면 해로웠지 식물성이라 좋다고 할만한 점은 없어 보이다.
그렇다면 오일이 모두 건강의 적인가? 자연식 주의자인 나는 가급적 자연물 그대로를 먹겠지만 그럼에도 식도락을 위해 오일을 쓸 수 밖에 없다면 압착유가 나은 대안이라고 본다. 올리브오일, 아보카도 오일 혹은 코코넛 오일 정도?
결론적으로 엄마가 토스트를 먹고싶다고 하시는데 집에 카놀라유와 버터가 있다면 혹은 마가린(식물성유지)과 버터가 있다면 뭘로 만들어 드릴까?
"우선 아무것도 안바르고 식빵을 구워 그위에 아보카도를 올리고.." 뭐 이런 잔소리를 하면 엄마는 안드실거라 이 선택지는 애초에 없다
[버터 승] 난 버터로 토스트를 만들어 드릴 것이다. 차마 카놀라유나 마가린으로 음식을 해서 가족의 입에 넣고 싶지는 않다.
참고로 난 둘 다 안먹는다. 둘 중에 덜 나쁜거 먹느니 그냥 좋은거 찾아 먹겠다.
대체육버거 vs 스테이크버거
이번엔 버거다. 패스트푸드의 대표메뉴인 버거를 좀더 건강하게 즐기려는 노력을 많이들 하고 있다. 패티를 스테이크로 대체하거나 식물성 대체육을 넣은 이색적인 버거들이 그것이다. 이들 두가지 버거의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
요즘들어 일반마트에서도 쉽게 식물성 대체육을 구할 수 있다. 나름 비건이라 사명감으로 신상 대체육은 다 먹어보는데 그 중 임파서블버거, 비욘드 미트도 포함되어 있다. 둘 다 건강한 육식 대안으로 개발되어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육식패티와 비교해 유사한 단백질, 지방함량을 가지지만 콜레스테롤은 제로라는 점.
대체육의 성분을 좀 더 살펴보자
임파서블버거 성분표
대두단백이 주된 단백질 원료이며 특유의 고기맛을 내는 핵심성분 레그헤모글로빈(leghemoglobin, 헤모글로빈 유사체)이 들어있다. 그 외 고소한 맛을 내는 코코넛오일 해바라기오일이 있고 영원한 감칠맛재료 효모추출물(MSG유사성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고기의 질감을 내기 위해 전분과 메틸셀룰로즈(점도증가제) 등의 식품첨가제가 들어 있다. 레그헤모글로빈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고 게다가 콩(soy)은 GMO일 가능성이 높다.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며 채식을 장려해야하는 위치에서 이런 말하기가 쉽지 않지만 고기가 아닌 것으로 고기질감과 고기맛을 내려하는 시도는 채식의 프랑켄슈타인을 낳았다고 본다.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 가장 건강에 가깝다고 말해온 나라서 차마 이 채식 프랑켄슈타인이 자연에 가깝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냉정히 말해 스테이크가 오히려 가공의 정도가 낮다고도 할 수 있다.
[스테이크버거 승] 다른 조건(번, 야채, 소스)가 동일할때 비건이 아닌 가족에게 음식 첨가물이 적게 들어간 음식을 권한다면 눈물을 머금고 스테이크 버거에 손을 들어 줄 것 같다.
물론 스테이크 버거는 사실 스테이크에 가깝고 임파서블 버거는 패스트푸드 버거에 가깝기 때문에 비교자체가 공정하지 못했다. 만약 눈앞에 맥도날드버거와 임파서블 버거가 놓여있고 아버지가 드실 버거를 선택한다면 임파서블 버거다. 어짜피 둘다 프랜차이즈버거라 둘은 도토리 키재기지만 비건강적인 요소가 임파서블 버거가 우월하기 때문이다.
나도 버거킹에 가서 임파서블 버거를 맛본적이 있다. 비건 정크 먹부림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려던 것이었지 채식 건강식을 먹으려던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첨가물이 들어 있나 없나를 이리 저리 따질꺼면 애초에 프랜차이즈 버거를 먹으면 안된다
백설탕이 왜 동물성이냐고 궁금해 할 수 있는데.. 설탕 정제에는 뼛가루(bone char)가 쓰인다. 설탕은 탄소 필터를 거쳐야 하얗게 탈색이 되는데 탄소필터에 주성분이 가축의 뼈이다. 다른 탄소필터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수입경로가 복잡하면 원재료가 어떤 필터로 표백되었는지 추적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게 찜찜하다면 비정제설탕(sucanat)을 애용하는 것이 속편하다. 하지만 백설탕이 동물성이라기엔 좀 과하고 이번 매치의 중점은 식물vs동물이라기보다는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비정제당과 정제당의 승부라고 보는게 좋겠다. 비정제당을 쓰면 정말 디저트가 건강해지는 걸까?
몇년 전부터 푸드블로거들의 사랑을 받기 지작한 아가베 시럽은 선인장의 수액을 끓여 만든것이다. 설탕대신 아가베 시럽을 넣어 만들었어요하며 건강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글에서 뭍어나온다. 메이플 시럽도 마찬가지.
아가베시럽이나 메이플시럽 혹은 코코넛 슈가가 건강하다는 주장은 미량의 영양소를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코넛 슈가를 검색하면 철분, 칼슘, 칼륨, 등 미네랄, 이온을 함유하고 있고 수용성 섬유질 이눌린이 있어 식후 혈당 급상승을 막는다... 등등 여러 장점이 줄줄이 나온다.다만 문제는 그 미량이 진짜 미량이라는데 있다.
유기농 코코넛 설탕의 영양성분표이다. 권장량 1테이블스푼 3그람에 당류3그람이다. 칼슘, 철분, 칼륨 모두 너무 미량이라 일일 권장량 %가 0이다. 10스푼 퍼먹는다고 이들 퍼센티지가 어마어마하게 상승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당만 더 추가될 뿐이다.
건강에 해로운 것을 넣지 않는 것(4무 혹은 8무)으로 유명해진 여러 비건 베이커리가 설탕의 대체제로 코코넛 슈가 아니면 비정제 원당을 쓴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카스테라 하나에 당류(설탕)26그람이고 하나 다 먹으면 성인여성 하루 설탕 할당량 초과다. 조청유과 한봉지 먹은 것과 마찬가지. (조청유과의 단맛은 조청이 아니라 정백당이 낸다).
만약 비건 현미 카스테라와 조청유과 한봉지중에 선택한다면...
[무승부] 그냥 가족이 먹고 싶어하는거 드시라고 하고 발을 뺄거 같다
둘다 맛있는 디저트일뿐
비건 베이커리도 디저트 빵이다. 눈꼽만큼의 미량원소가 추가 되었다고 디저트가 보양식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들이 채식을 하는 것을 바라지만 디저트로 많이 먹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당히 쓴다는 가정하에 집에서 설탕대신 코코넛 슈가를 쓰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메이플 시럽, 코코넛 슈가를 잔뜩 넣고 건강한 단맛이라고 광고하는 것은 매출을 증대시키려고 대기업이 하는 상술이지 진짜 건강증진과의 접점은 없다.
잡식친구를 비건 베이커리에 데리고 갔을때 친구가 "아무래도 비건빵이니 그냥 빵보다는 살이 덜찌겠지?"라맛 평가를 하던 기억이 난다. 차마 그 앞에서 "둘다 똑같아"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빙그레 웃으며 같이 맛있게 먹었었다.
비건디저트도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인 간식이다.
관전 평
재미로 비건 대 안비건의 음식 대결을 시켜 보았다. 비건 음식으로 뽑은 것은 내가 즐거 먹는 음식은 아니기 때문에 가상으로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였다.
대체육을 폄하했다고 비건주류에서 욕을 먹을 각오는 하고 있다. 육류소비가 지구와 지구상의 다른 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슈없이 그저 건강만으로 대체육을 비교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요지는 나도 안먹거나 아니면 아주 가끔가다 먹는 채식을 단지 채식이라는 이유로 건강하다고 속이면서 권하고 싶지 않다이다. 위에 뽑힌 자극적인 비건 재료는 전체 채식의 아주 일부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열린마음으로 다양한 비가공 자연 채식을 시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