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센터장 일기 #7
20대 후반, 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참 서툴렀다.
자유분방했던 대학생의 옷을 벗고 조직이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 사수부터 선배들, 파트장, 팀장님 등 수많은 눈치와 압박, 업무 적응 속에서 허우적대며 내가 바랐던 건 딱 하나였다.
빨리 이 '막내'라는 굴레를 벗어나는 것.
마치 어린아이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순진한 마음처럼, 나는 그렇게 하루를 버텼던 것 같다.
대리/선임 시절은 조금은 수월했다.
업무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고, 조직의 생리도 어느 정도 파악했다. 그때의 나는 영리하게 상황을 활용해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개인의 삶과 조직 사이에 단단한 선을 그었고, 그 안에서 복지와 인맥을 누리며 능숙하게 일했다. 회사는 나에게 생활을 꾸려가기 위한 수단이었고, 나는 그 수단을 다루는 법을 꽤 잘 알고 있었다고 자부했다.
과장/책임 직급의 문턱을 넘어서자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쏟아지던 이직 제안은 뜸해졌고, 나의 상품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불안함이 스쳤다.
하지만 예전처럼 훌쩍 떠날 수도 없었다.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이의 아빠가 되었기 때문이다. 좁아진 선택지가 아쉽기보다, 나를 붙잡아주는 가족이라는 닻이 더 무겁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기였다.
이제 나는 센터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자리에 서 있다.
예전엔 내 일만 끝내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누군가 흘리고 갈 문제들, 하청업체와 고객사 사이의 복잡한 매듭들을 푸느라 개인의 이익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본사와 고객사가 던지는 높은 목표와 압박은 여전하다. 아니, 매년 더 거세진다.
이제는 안다. 이 무게감은 억지로 떼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한 평생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와 같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요즘은 계속 '내려놓기'와 '무던해지기'를 연습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하나 믿는 것이 있다.
바로 인생은 언제나 알 수 없는 변수의 연속이라는 사실이다. 인생은 늘 예측 불가능하기에, 불과 얼마 뒤에 나는 또 어떤 환경과 상황에 놓여있을지 모른다. 그러기에 그냥 퇴근하고 나면, 그리고 주말이 되면 최대한 내려놓고 지금 현재에 충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왜냐하면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 숨겨진 뜻밖의 행운이 또 나에게 찾아올지 모르니까.
화려한 수식어보다 담백한 진심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라나는 마음을 기록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지는 삶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