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센터장 일기 #1
지난 11년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면, 나는 늘 다가올 변화에 거부하며 발버둥 쳤던 것 같다.
신입사원 때부터 겪은 해외 출장 압박, 잦은 팀 변화, 그리고 출산 이후에도 지속된 프로젝트들까지.
가정과 회사의 불균형 속에서 "정말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임계점에 도달해서야, 나는 11년 만에 울타리를 넘어 이직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직 후 마주한 현실은 차갑고도 명확했다. 당연히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돈을 버는 곳에는 절대로 공짜가 없다는 점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봉은 올랐지만, 그 숫자에 비례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도 커졌다.
곧 태어날 둘째와 만삭인 아내에게 미안하게도, 나는 매일 늦은 밤 현관문을 연다.
집에 와서도 온통 회사 생각에 예민해져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면, 스스로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문득, 월급쟁이로서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글을 쓰는 건 우울함을 토해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냉정하면서도 당연한 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다시 한번 제대로 마주해보기 위함이다.
내가 항상 꿈꿔온 모습은 '여유 있는 아빠'였다.
하지만 그 여유가 시간적인 것이라면 소득이 낮을 것이고, 반대로 소득에 여유가 생긴다면 가정에 쏟을 여유가 사라지는 이 딜레마.
그래도 작은 희망 하나를 품어본다.
인생을 너무 깊게 파고들기보다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다 보면, 언제나 내 걱정과는 달리 예상치 못한 놀라운 선물 같은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우주의 티끌에 불과한 지금의 고민들에 너무 휘둘리지 말자.
나를 기다리는 해맑은 아들과 소중한 가족과 보내는 이 귀한 시간까지 망치지는 말자.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각자의 파도를 넘고 있을 모든 분께, 조만간 생각지도 못한 멋진 일이 다가오길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담백한 진심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라나는 마음을 기록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지는 삶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