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무 위에서 20시간 잠을 쿨쿨 자고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고 있는 작고 귀여운 생명을 보고 있으면 얼른 가방에 넣어 집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Kangaroo Island Wildlife Park에서 순둥이 코알라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짐을 싸고 출발했다. 캥거루 섬에서 야생 코알라를 열심히 찾았지만 보지 못했다. 결국 Wildlife Park이라는 야생스럽지 않은 작은 동물원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코알라를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발견했다.
(유칼립투스 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코알라)
나무 위의 코알라를 찾기 위해 고개를 젖히고 걷다 보니 코알라 체험관에 도착했다. 작은 나뭇가지 위에도 코알라들이 앉아 있었다. 야행성인 코알라가 관광객들을 위해 깨어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어쨌든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작은 동물원이었지만 아웃백을 횡단하고 종단하면서 보았던 에무, 왈라비 등을 다시 볼 수 있었고 입장권을 구입할 때 받은 캥거루 먹이로 직접 캥거루에게 다가가 먹이를 줄 수도 있었다. 먹이를 받으러 모여든 근육질의 캥거루는 무서웠지만 밥 먹는 모습은 순둥이 녀석들이었다.
(캥거루 와 왈라비 )
동물원의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는 역시 기대 이하였다. 호주의 어느 곳에서도 최고의 플랫화이트 커피를 맛볼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동물원의 커피는 부족하다. 그래도 캥거루 섬, 작은 카페의 식사는 맛있었다. 메뉴도 단출한 식당에서 주문한 야채수프가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수프 한 그릇이 어떤 비싼 요리보다 훌륭했다. 집에 돌아와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어보았지만 그 맛을 맛볼 수 없었다.
비결은 집 밥의 맛일 것이다. 작은 카페의 주인만이 알고 있는 가장 평범하고 오래된 맛이다.
(딸이 찍은 필름 사진)
섬의 어디에나 친환경 탐방로를 만날 수 있다. 생태환경과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안전한 탐방을 가능하게 하는 나무데크가 곳곳에 설치되어있다. 귀여운 어린아이를 무등 태운 아버지를 보고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여행을 함께하는 딸이 어린아이였을 때, 남편은 딸을 항상 무등 태우고 어린 딸은 땅을 거의 밟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고 딸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우리 앞의 귀여운 아이도 어른이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랑을 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캥거루 섬을 떠나며 아쉬움에 섬의 가보지 못한 곳을 돌고 돌았다. 선착장 근처 노란 꽃이 만발한 도로에 차를 세우고 해변을 걸었다. 꽃과 바다와 바람이 아름다웠다.
배를 타기 전, 'Clifford's Honey Farm'에 들러 호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 가족과 친구에게 전해줄 선물로 꿀단지를 구입했다. 맛보기용 생꿀은 너무나 달콤했고 좋은 선물을 선택했다고 기뻤다. 그러나 꿀단지는 호주 서쪽으로 갈 수 없었다. 나의 불찰이었다.
'Penneshaw'에서 배를 타고 다시 Cape Jervis로 돌아왔다. 이제 '퍼스'로 돌아가야 한다. 구글 지도에 2,798km 29시간이 선명하다. 일단 5시간을 달려 포트 어거스타에 도착했다. 울룰루에서 밤새 길을 달려 도착했던 반가운 숙소에서 다시 하루 밤을 보냈다.
에필로그
우리 집 강아지와 10년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가끔은 사람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우리 집 강아지 '백호'는 내게는 막내아들이고 나의 눈빛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다가와주었다. 나는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았다. 동물과 사람의 경계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만든 동물원에는 가지 않았다. 동물원이라는 단어조차 싫었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 먼 길을 달려 호주의 갈라파고스 섬의 '와일드라이프'라는 동물원에 왔다. 체험관의 귀여운 코알라도 근육질의 캥거루도 사막을 성큼성큼 뛰어다니던 에뮤도 이곳에서는 와일드 라이프를 사는 모습이 아니었다.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