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너클스
(바람 부는 강에 다시 해가 지다.)

by 은동 누나


2017. 2. 16 (목요일) 2.17 (금요일)


아침이 밝아오자 숙소 창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이 펼쳐졌다. 밤새 길을 잃어 무서웠던 시골길의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눈부신 햇살과 초록의 나뭇잎이 싱그러울 뿐이다.


94번 도로를 향해 올라가는 좁은 도로에서 아기 딩고 한 마리를 보았다. '딩고'는 우리의 진돗개와 비슷한 모습의 호주의 야생 개다. 그동안 아웃백 길에서도 캥거루 섬에서도 딩고를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작은 딩고 한 마리가 천천히 길을 건너 숲으로 걸어갔다. 창을 내리고 '딩고'를 외치는 순간 거짓말처럼 뒤를 돌아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숲으로 들어갔다. 이별의 선물일까!

나의 상상이겠지만, 딩고와 눈이 마주쳤다. 딩고와 인사를 했다. 그리고 숲길을 벗어나 퍼스로 향했다.


이제 여행이 3일 남았다. 퍼스에서 인디언 오션 드라이브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며 제럴턴, 브룸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나 혹등고래와 수영을 한다는 코랄 베이도, 지구 상의 살아있는 해양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샤크베이도 포기했다. 퍼스에서 2시간 30분을 달려 쥬리엔 베이 'Jurien Bay Tourist Park'에서 2박을 하기로 했다. 바다가 보이는 오두막에서 남은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JURIEN BAY 딸의 사진 중에서 )

Jurien Bay Tourist Park 사무소에서 캐빈을 배정받고 짐을 풀고 걸어서 근처 음식점에 갔다. 신선한 재료와 단순한 음식이 오히려 맛을 돋우었다. 쥬리엔 베이에서 머문 2박 3일 동안 그 음식점에서 여러 가지 메뉴를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었다. 다른 장소를 찾고 싶지도 않았고 친절하고 유쾌한 젊은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숙소 근처 슈퍼에서 간단한 장을 보고 바다에 나가 해변을 거닐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고 저녁이 되면 호주의 아름다운 바다의 일몰을 보기 위해 다시 바다로 걸어 나갔다. 유칼립투스 나무도 붉은 모래의 아웃백 길도, 울룰루도 아주 오래전 기억인 듯, 해변에 앉아 바다를 보고 또 보았다. 푸르고 청록색으로 다시 붉은 노을로 그리고 어둠이 내리는 바다와 마주했다.


(Jurien Bay의 일몰. 딸의 사진중에서)


쥬리엔 베이에서 이틀째,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바다사자를 보고 스노클링 하는 일정이었지만 파도가 높아 배를 타고 1시간 바다사자를 보는 것으로 끝났다. 딸은 아름답고 투명한 바다에서 수영하지 못해 아쉬워했지만 나는 배 주인이고 가이드를 해주는 청년이 데리고 온 작은 강아지가 배에서 힘들어하는 것 같아 마음을 쓰느라 어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바다 사자호의 주인 청년은 아기 강아지가 항상 배를 타기 때문에 익숙하다고 했지만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가끔 내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지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길에서 마주하는 동물에 대한 나의 마음도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남붕 국립공원, 피너클스 (Pinacles)의 석양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피너클스'는 원주민 말로 '바람 부는 강'이라고 한다. 수만 년 동안 강한 바람이 사막의 모래를 날려 바다 아래 묻혀있던 만 오천 개의 석회암 기둥을 마주 할 수 있다. '바람 부는 강'에도 해가 진다. 석회암 기둥 사이 붉은빛이 스며들고 바람에 날리는 모래도 붉게 보이는 순간 해가 서쪽 바다로 사라졌다. 아쉬움은 없다. 어둠으로 사라진 해는 내일 다시 떠오른다.


(피너클스의 석양. 딸의 사진 중에서)


에필로그


딩고는 모습은 개와 비슷하지만 행동은 늑대에 가깝다. 5만 년 전 호주 대륙으로 들어온 원주민은 딩고를 가축화하지 않았다. 함께 사냥해 먹이를 나누고 밤에는 안고 잠자며 추위를 견뎠다. 한때 유해동물이라고 머리가죽에 포상금을 걸었던 딩고를 호주는 이제야 생태계에서 꼭 필요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년 안에 딩고의 존재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변하는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모습은 내가 기르던 개일까?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일까...

딩고에게 개와 늑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골길을 홀로 걷는 씩씩한 아기 딩고가 살아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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