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길을 잃어도... 은하수를 만날 수 있기를!

by 은동 누나

쥬리엔 베이에서 두 밤을 지내고 2월 18일 토요일 퍼스로 돌아왔다.


아웃백으로 떠나기 전날 우연히 들러서 무사히 여행을 마치기를 기도했던 성당 앞에 차를 주차하고 안전하게 돌아왔음을 확인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퍼스 시내는 여행 첫날과 다르지 않고 주말을 즐기려는 젊은 사람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이번 여행 때문에 아들의 대학 졸업식에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자 아들에게 어울리는 스웨터를 샀다. 딸은 LP 전문 가게를 찾아가고 남편과 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앉아 더운 열기를 식히며 이제 다시 겨울 나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울룰루의 열기와 아웃백의 붉은 모래를 떠올리자 아주 오래전 기억처럼 느껴졌다.


아웃백 길에서 아쉬움이라면 원주민과 마주친 순간이었다. Laverton에서 아웃백 길 통행증을 발급받는 안내소 앞에 호주 원주민이 다가와 돈을 달라고 했다. 캥거루 섬으로 가는 길의 쿠버 페디 마을의 주유소 앞에서는 원주민 여자가 남편에게 담배를 요구하기도 했다.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 Aborigin은 이 섬의 주인이었으나 지금은 호주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최하층으로 정부의 보호구역 내에서 노동에 종사하거나 정부의 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호주 원주민들이 문명사회의 인간들에게 전해온 메시지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물질에 집착하지 않고도 이룰 수 있는 풍요로운 삶이다. 신의 소리를 듣고 신과 가까운 그들에게 가혹한 문명의 역사가 안쓰러울 따름이었다. 지나는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담배를 건네주는 것 말고는 없었다.


이번 여행, 울룰루와 캥거루 섬 그리고 쥬리엔베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캥거루 섬을 고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바위 울룰루와 바람의 계곡 카타추타도 너무나 인상적이었지만 캥거루 섬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기묘한 나무들과 파란 바다를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붉은 바위 그리고 섬을 가로지르는 작고 큰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캥거루 섬의 유칼립투스 나무들)

그리고 길.

끝없는 길.

길 위로 펼쳐지는 바다 같은 노을.

노을이 지고 별이 빛나는 순간.

지루하고 힘들었던 그리고 아름답고 소중한 그 시간이 그립다.


아쉬움이 없는 여행은 없다.

그러나 호주 대륙 6개 주 중에서 퍼스와 쥬리엔 베이의 Western Australia, 울룰루의 Northern Territory, 캥거루 섬의 South Australia를 돌고 15일의 여행 중 절반 가까이 길에서 로드 무비를 만든 여행이라면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웃백 길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길을 헤매다 잠에서 깬 느낌이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길이 끝났다.


울룰루에서 꼬박 하루를 달려 캥거루 섬을 향해 남쪽으로 달리던 길에서 끝없는 땅 위로 해가 지고 달이 뜨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남쪽으로 달리고 있었고 해가 지고 달이 뜨는 모습을 동시에 보는 것은 거칠 것 없는 호주의 매드 맥스 도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언제나 한편에서는 해가 지고 또 한편에서는 달이 뜨고 하루가 지나고 내일이 온다는 사실이 새삼 마음에 다가왔다. 순간 보리수나무 밑의 깨달음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살면서 억울한 순간이 있었다. 삶이 내게만 공정하지 않다고 불평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들판의 해와 달처럼 정확히 언제나 같았다.


더 이상 억울해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조금 늦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퍼스에서 울룰루까지 2,046km, 울룰루에서 케이프 저비스까지 1,704km, 케이프 저비스에서 쥬리안 베이까지 2,973km 총 6,800km 여정이 끝났다. 길 위에서 나는 오래된 짐을 내려놓았다.


에필로그


딸은 퍼스로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고 헤매다 은하수를 보았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고 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지금, 다시 그날처럼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희망을 가져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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